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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사과성명과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에 대한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들의 입장



4월 22일 오전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 성명과 함께 전격적으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였다.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들은 이날 오전 급히 특검수사결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책임 문제를 밝힌 바 있으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발표된 사과 성명과 경영쇄신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1. 우선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을 환영한다. 당연한 처사이다. 그러나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 안고 가겠”다는 이 회장의 말과는 달리 그의 진두지휘 아래 전략기획실(구조조정본부)의 각본에 따라 이루어진 숱한 범죄행위는 혼자서 떠 안고 가기에는 너무나 큰 비리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건희 회장이 밝힌 “법적 도의적 책임”에 대하여 묻고자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이후 삼성이 벌인 숱한 범죄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기간에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한결같이 진행된 불법적 범죄행위들에 대해서는 다 묻어버리고 오로지 특검 문제에 대해서만, 그것도 혼자서 떠 안고 가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건희 회장의 사과 성명에서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읽어낼 수가 없다.


성명에 이어진 경영쇄신안의 제1성으로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서,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퇴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지난 몇 달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배임을 통하여 경영권 세습을 기도하고, 떡값과 로비를 통하여 범죄행위를 무마하려고 시도하고, 수천개의 차명계좌를 통하여 비자금을 운영하거나 최소한 조세를 포탈하는 것을, 이건희 회장은 “기업경영”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 하지만, 우리 법학교수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은 그러한 행위들을 모두 범죄라고 부른다.


2. 삼성 사장단을 비롯한 임직원 전원은 “이건희 회장이 못다 이룬 세계 초일류기업”을 만드는데 매진한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은 무엇일까? 설마 그것이 무노조정책으로 뒷받침된 노동착취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무노조경영은 그 자체가 범법행위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명시적으로 부정하면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헌정질서 자체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어떤 일류기업이 무노조경영을 하는가? 그런 기업은 오히려 이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악덕기업일 뿐이다.


3. 돌이켜 보면 삼성의 모든 범죄적 행위에는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의도가 개재되어 있으며, 이재용 전무 자신은 삼성의 모든 범죄의 최대의 수혜자이다. 그는 특검이 수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하여 삼성그룹에 대한 확고한 지배권을 확보하였다. 즉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종료되었다.


그런 이재용 전무가 그저 삼성전자의 CCO를 사임하겠다고만 한다. 100% 범죄행위로 취득하거나 증식한 그의 재산과 그룹에 대한 지배권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의 핵심이라고 본다. 범죄로 이루어졌건 다른 어떤 이유로 이루어졌건 이미 완료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이 쇄신안의 골자인 것이다.


범죄행위로 취득된 재산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하고,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경영권 승계는 당연히 무효화되어야 하며, 그 당사자인 이재용 전무는 모든 불법취득 재산과 경영권 승계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쇄신안일 것이다.


4. 쇄신안에는 전략기획실의 해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략기획실은 범죄행위의 집행을 맡은 책임 때문에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경영상의 판단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왜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과 성명과 그룹의 경영쇄신안을 분리하여 발표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 쇄신안이 삼성이 저지른 모든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판단한다. 특검수사가 모두 끝났으니 이제 이건희 회장의 이름으로 퇴진으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니, 더 이상의 어떤 책임도 묻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일은 순전히 경영상의 판단으로, 당당하게 처리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바로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의 정체다. 삼성의 후안무치함이 이번 쇄신안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5.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이 보기에는, 차명재산이 이병철 전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특검의 수사결과를 믿을 수는 없지만 설령 이에 따른다고 해도,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조세포탈이라는 범죄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세금은 과실에 의하여 “누락” 된 것이 아니라 고의에 의하여 포탈된 것이다. 하나의 표현을 통하여 범죄를 과실로 순치하는 것에서 다시 한번 삼성의 용의주도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보자고 한다. 그 유익한 일이란 아마도 삼성이 누누이 강조하는 세계 일류기업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세계 일류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은 범죄행위로 점철되어 있다. 수많은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된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결코 회장 개인의 것이거나 삼성그룹의 것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이들 재산은 전 사회와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면서 행해진 범죄에 의하여 취득된 것으로 마땅히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그 재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더 이상 삼성의 소관사항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이든 이재용 전무의 불법취득 재산이든 배임이라는 범죄로 취득한 재산이니 삼성으로서는 그저 이를 사회에 내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삼성이 아니라, 이 사회와 전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6. 금융사업에 대해서는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금융사에 대해서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다.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라면서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 삼성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법을 준수하는 일이다.


쇄신안에서는 결국 지주회사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거나 계속 검토하겠다는 말로 피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예의 “경영권”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순환출자 문제는 모든 범죄행위의 목적이 되었던 “그룹경영권 승계”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약간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고, 그 출발이 바로 에버랜드였으며,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지주회사임을 고려할 때, 종래 유지되어 왔던 순환출자를 통한 특정인의 그룹 지배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결국 삼성의 경영쇄신안이 현 체제에 대한 어떤 근본적 변화도 거부한 채로 약간의 외형상의 변경만을 가하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7. 마지막으로 쇄신안에서는 “오늘 발표한 것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고 밝힌다. 맞는 말이다. 쇄신안은 또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은 오늘 발표된 쇄신안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되기는 커녕 아직 시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요컨대, 우리 법학교수들은 오늘 발표된 이건희 회장의 사과성명과 삼성의 쇄신안이, 그저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한 바탕 쇼였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이에 우리는 지난 성명에서 밝혔던 요구들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 이재용 전무는 불법적 범죄로 취득하거나 증식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반납하고 그룹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라.

- 삼성 관련 범죄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원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떡값검찰과 금융 및 조세 당국, 각종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은 엄중 사죄하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 모든 재벌기업들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고,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한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정의로운 기업문화의 진작에 앞장서라.

- 정부와 국회는 지배주주의 위장분산과 세금포탈을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한 차명명의인과 실소유주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양벌죄를 규정하는 차명금지특별법을 제정하라.


2008. 4. 22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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