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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관련 기자회견문

회원연명 조회 수 26797 추천 수 1135 2004.04.07 23:46:58


기자회견문


일시 : 2004년 4월 9일(금) 오후 2시
장소 :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
내용 :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사건(2004헌나1)에 관한 법학교수 의견서


1. 먼저 우리는 이번 16대 국회의 탄핵소추가 일반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하게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겨냥하여 일어난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과 야3당의 추악한 권력투쟁의 한 장면이었음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합니다. 또한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을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법적 해법에까지 이르도록 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음을 밝혀 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건 탄핵소추가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된 대통령직선제를 부정하고 국민들의 피눈물로 겨우겨우 끌고 온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처사라고 인식하였기에, 헌법재판소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이 의견서를 작성,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2. 국민의 직선에 의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즉각적인 직무정지라는 효과로 미루어 보아 오로지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중대하고 또 명백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번 탄핵소추의 경우 그러한 중대성과 명백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차떼기와 방탄국회 등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국회는 이미 탄핵소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국민적 대표성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탄핵소추는 그 발의단계에서부터 의결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야3당이 합의제 국가기관에 요구되는 의무를 최대한 이행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합리적인 의사진행이 여당에 의하여 방해되었다 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입니다.

3. 이 탄핵소추안에서 제시된 사유 중 측근 비리나 경제파탄 등은 입증자료가 없거나 애초에 탄핵소추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와 관련하여 핵심적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선거법 위반 문제입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중립의무가 일반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우선한다고 보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한 견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 제7조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규정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침묵을 강제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직무 수행에 있어서 특정한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중립의무를 사실상 모든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침묵의 의무로 보고 대통령의 여러 발언을 문제삼고 있는 이 사건 탄핵소추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헌법규정의 취지나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극히 반헌법적인 조치라 해야 할 것입니다.

설사 선거법 제9조의 중립의무를 정치적 발언에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선거법상 중립의무가 모든 공무원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번 탄핵소추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야당이 문제삼는 기자회견상의 발언이나 시민단체 모임에서의 발언 등 탄핵소추의 사유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거나 명백한 위법행위라고는 할 수 없는 발언을 이유로 탄핵소추에 이른 것은 오히려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탄핵소추권의 취지를 오해하고 이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4. 한편 탄핵소추는 당연히 충분한 입증자료와 함께 사유가 제시되고 충분한 이성적 토론을 거쳐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 사건 탄핵소추는 입증자료가 거의 없어 국회의 권력남용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안건에 관한 질의토론절차가 전혀 없었고, 무기명비밀투표가 철저히 이뤄지지도 않았으며, 국회법에서 정한 개의시간을 교섭단체 대표와의 협의도 없이 변경하는 등 이 사건 탄핵소추는 국회법이 정한 수많은 절차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상 국회의 의결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소추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본안심판절차에 들어갈 것도 없이 각하되어야 할 것입니다.

5.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음에도 우리가 이 의견서를 제출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민주적 대표성의 두 축인 대통령과 국회의 정치적 대결이라는 의미가 강한 이 사안의 결정을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또 위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는 달리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구성된다고 볼 수 없는 헌법재판소가, 헌정질서의 파괴를 가져올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헌 또는 위법행위가 존재하지도 않는 이 사건의 심판을 통하여 민주적 대표성을 적극적으로 ‘교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로서는 자신의 본분에 따라 민주적 대표성의 ‘교체’가 아니라 민주적 대표성의 ‘회복’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즉 국회의 탄핵소추라는 극단적인 권력남용을 제어하고, 또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선거관련 행위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대통령과 국회가 다시 적정한 견제와 균형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탄핵소추를 각하 또는 기각하면서도 교묘한 언설에 의하여 이 사건 탄핵소추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을 부분적으로라도 인정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분명한 사안을 양비론으로 비틀거나, 권력분립의 미명하에 탄핵소추를 정당화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최고심급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분명하고 단호하되 사족없는 결정으로 탄핵소추의 파탄을 선고하는 것만이 헌법재판소가 이 땅의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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