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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안에 대한 헌법학 교수들의 견해

2001년 하반기 국가정보원은 9.11사건 후 전 세계적인 테러방지입법 강화 흐름에 편승하여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등을 이유로 테러방지법 제정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제출된 테러방지법안은 두 차례에 걸친 수정으로 내용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입법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국가정보원은 동 법안을 철회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급기야 지난 10월 수정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함으로써 다시금 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국회 공청회를 거친 뒤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이 법안의 수정안을 공동 발의하였고 11월 14일 전격적으로 정보위를 통과함으로써 법률로서의 성립을 눈앞에 둔 상태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정되어 재차 상정된 테러방지법안에 대하여, 기존 법안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상당 부분 축소 조정되었지만 내용상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악된 부분이 많고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상당수 독소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이유로 입법 반대의견을 표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수정안에 대해서는 법무부, 국방부 등 정부부처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우리 헌법학 교수들은 테러방지법안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법안이며 따라서 입법권의 한계를 추월하는 법인바 그 입법에 반대하는 우리의 견해를 표하고자 한다.

첫째, 테러방지법안은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에 두고, 그 조직을 국가정보원장이 정하며, 대테러센터의 공무원에게는 외국인에 대한 사찰권을 부여하는 등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넓힘으로써, 군사독재의 종식과 더불어 기능이 제한되어 왔던 국가정보원을 다시금 인권유린의 대명사였던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로 회귀시키려는 반역사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정부부처 내에서조차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법안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테러담당부서와는 달리 법률과 예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독자적인 조직인 대테러센터의 설치는 향후의 국정원 개혁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 테러방지법안에 따르면 운영과 조직이 공개되지 않는 테러진압 특수부대가 군에도 설치되며, 대테러센터의 장, 즉 국가정보원장은 이 부대의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군의 출동 근거를 마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출동여부를 좌우하는 셈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국가중요시설 등의 보호 명목으로 출동하는 군 병력의 활동범위와 관련하여 기존 법안과 달리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권한행사는 삭제했다지만, 과거 군에 의한 인권침해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로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셋째,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테러방지법이 예정하고 있는 군대의 등장이 단순한 ‘행정응원’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정절차법상 행정응원을 위하여 파견된 직원은 응원을 요청한 행정청의 지휘․감독을 받는데 반하여, 테러방지법안에서는 동원된 군병력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국방부장관이 가지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군 지휘권의 논리만 중요하고, 그로 인한 인권침해위험이나 법체계상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대책회의 의장의 건의를 거쳐 대통령이 군병력을 동원하였지만, 동원된 군병력은 국방부장관의 지휘․명령에 따르고, 군병력이 동원된 국가중요시설 중에는 청와대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시절처럼 30 경비단이 청와대를 경호하는 사태가 법적으로 다시 가능하게 된다.

넷째, 테러방지법안은 감청 및 통신제한조치의 사유를 확대하고 외국인에 대한 사찰 및 출입국 규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국내에 체류 중이거나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률에 의하여 뒷받침될 때, 이러한 인식이 수사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급격히 확산되는 반인권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섯째, 궁극적으로 테러방지법안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군대는 물론 일반 국가기관의 행정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국가권력의 민주적 구성과 운영이라는 헌법의 대원칙을 허물어뜨리는 한편 극도로 강화된 정보기관의 권력 하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무차별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을 근간으로 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와 정신을 가르치기 위하여 강단에 서고 있는 우리 헌법학 교수들은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이며 반헌법적인 테러방지법의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다. 이제라도 국회는 입법권의 한계를 뛰어넘는 동 법안의 심의를 즉각 중단, 폐기하고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보다 철저한 개혁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


2003년 11월 19일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헌법학 교수 일동

강경선(방송통신대)
강태수(경희대)
곽상진(경상대)
김민배(인하대)
김승환(전북대)
김욱(서남대)
김정태(대진대)
김종서(배재대)
김학성(강원대)
박병섭(상지대)
서경석(광주대)
석인선(이화여대)
송기춘(경남대)
송석윤(이화여대)
오동석(동국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울산대)
이금옥(순천대)
이덕연(연세대)
이헌환(서원대)
임재홍(영남대)
정영화(서경대)
조홍석(경북대)
한상희(건국대)


  (이상 성명 가나다순, 22개 대학 교수 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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