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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사건(2004헌나1)에 관한 의견서



1. 의견서 제출의 배경

지난 3월 12일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에 힘입어 야3당이 전격적으로 가결시킨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소추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탄핵반대와 민주수호를 외치는 국민의 요구가 하늘을 찌를 듯한 이 시점에서, 우리 법학 연구자들은 이제 이 사건 탄핵소추가 민주수호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반할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파탄을 면치 못하는 것임을 이 의견서를 통해서 밝히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번 16대 국회의 탄핵소추가 일반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하게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겨냥하여 일어난 지배권력 내부의 추악한 권력다툼의 한 장면이었음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서로 뒤질세라 민주주의를 외쳐대지만 노무현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집시법 개악, 테러방지법 제정 기도, 이라크파병결정, 한칠레 FTA 비준 등 철저하게 반민중적인 연합을 구성했다는 데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차별적 처우에 신음하는 비정규직노동자의 급증과 청년실업의 만연, 극도의 고용불안, 사회보장의 축소와 농민의 파탄 등 민중의 압살을 가져 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에서 그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탄핵정국을 가져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치적 미숙함에서 나온 것이건, 고등정치수학에 의하여 정밀하게 계산된 것이건,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을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법적 해법의 동원에까지 이르도록 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건 탄핵소추에서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된 대통령직선제의 부정과, 국민들의 피눈물로 겨우겨우 끌고 온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유린을 읽고 있다.
이 의견서는 바로 이와 같은 인식하에 작성된 것이다. 우리는 이 의견서가 이번 탄핵소추의 위헌성과 반민주성을 법리적으로 논증해 보임으로써 이 땅의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의견서가 단순히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수행함에 있어서 참고자료로 삼기 위한 재판보충서류가 아니라, 모든 국민 앞에 바치는 민주주의 수호의 결의로 읽히기를 바란다.


2. 탄핵소추의 의미와 한계

(1) 탄핵소추의 의미
주지하다시피 우리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직무상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민대표기관인 국회로 하여금 탄핵소추를 발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일반사법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절차로써 징계하기가 곤란한 고위직행정공무원이나 법관 등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非違)를 범한 경우에, 이들을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탄핵소추의 사유가 되는 헌법이나 법률의 위배는 우선 직무집행과 관련되어야 하므로 직무집행과 무관한 대통령의 취임 전이나 퇴직 후의 행위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음은 헌법규정의 문언상 명백하다 할 것이다. 고위직 공무원을 그 직에서 파면하는 것이므로 굳이 그 사유를 재직중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우리 헌법규정의 문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올바른 헌법해석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또한 정책상의 실정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므로 뒤에서 언급하듯이 측근비리나 경제적 실정, 대선자금문제는 탄핵소추의 요건으로 적합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2) 탄핵소추 요건으로서의 위헌, 위법의 중대성과 명백성
탄핵소추의 요건인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라는 구절을 어의에 집착하여 형식적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사소한 법률 위반, 예컨대 직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범한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탄핵소추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 나라의 최고법으로서 헌법이 가지는 의미, 탄핵제도가 도입된 역사적 배경, 탄핵대상자로 규정된 공무원의 범위, 국회와 대통령이 가지는 국민대표기관으로서의 성격 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해석이라 해야 할 것이다. 헌법은 단순히 “직무상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지만, 탄핵소추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당해 공무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효과를 가지므로, 특히 헌법기관으로 정해져 있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탄핵소추는 오로지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중대하고 또 명백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에는 더욱 엄격히 해석되어야 할 것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권과 탄핵소추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이, 대통령 역시 국민의 직접선출에 의하여 5년 임기가 보장되는 국민의 대표이자 국가의 원수로서 국군을 통수하고 외교권을 행사하는 등 국가의 주요한 정책의 집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외국의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 헌법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심판종료시까지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정지되는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유고나 궐위시 권한대행에 의해 그 직무가 보충적으로 수행되지만, 권한대행이 주로 현상유지적인 정도 이상의 권한 행사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국정수행의 공백 또는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헌법 제84조에서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직중 내란죄, 외환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특권까지 부여하는 등 대통령의 직무수행의 계속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헌법 제84조의 형사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를 방임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대통령의 직무수행상 위법성이 중대한 것이 아닌 한, 대통령의 직무수행의 중단으로 초래될 국익의 손실보다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계속 보장하는 경우의 손실이 적은 것임을 고려하여 임기 후에 그 문제를 다루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수행의 계속성을 보장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탄핵소추권의 본질을 형사소추로 볼 것인지 징계처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지만, 현재 다수설을 이루고 있는 징계처분설에 의하더라도 이 점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그것은 탄핵소추의 효과는 직무의 정지에 그치지만 탄핵결정의 효과는 곧 당해 공직자를 그 직에서 파면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징계처분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태인 파면의 효과를 가지는 탄핵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징계처분의 경우에도 당연히 요구되는 비례의 원칙이 더욱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위법사실의 존재만으로 공무원을 파면에 처할 수 없듯이 단순히 위법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이유로 하여 그 경중을 가리지 않고 공무원을 탄핵소추하는 것은 명백히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탄핵소추를 위해서는 반드시 명백하고 중대한 위헌, 위법사실의 존재를 요구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단순한 위헌, 위법만으로는 부족하고 보다 중대한 위헌 또는 위법의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헌법적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에서 상세히 논하겠지만 이 사건 탄핵소추의 사유로 열거된 일련의 내용들은 그와 같은 중대성과 명백성을 갖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탄핵소추권의 한계: 국민대표성과 합의제 국가기관성, 시간적 한계
다른 한편으로 헌법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것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와 더불어 국회가 대통령 등의 기관과는 달리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합의제 국가기관으로서 권력남용의 위험성이 적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가지는 몇 가지 본질적인 한계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 탄핵소추권은 국민대표기관으로서의 국회에 부여되는 것이므로 그것의 행사가 국민 일반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국민의 일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선거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기는 하다. 그리고 일단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국회라면 일정한 정도까지 국회의 의사를 국민 일반의 의사로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대의 국회가 처한 여러 가지 객관적 상황에 따라 국회의 국민대표성은 반드시 일관되는 것만은 아니다. 가령 국회의원 총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의 국회가 총선에서 당선되어 이제 막 새로 구성된 국회와 동일한 정도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상당수 국회의 구성원들이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너무나 큰 명백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정당한 형사절차에 의한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헌법이 부여한 특권들을 수시로 남용해 온 국회라면, 과연 국민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국회 스스로의 대표성이 의심되고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탄핵소추권의 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등 공무원의 헌법 위반, 법률 위반이 너무나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라면, 제한된 대표성이라는 상황하에서라도 민주헌정질서의 보호를 위한 탄핵소추권의 행사는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헌정질서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의 비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일 뿐 모든 형태의 탄핵소추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국회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이와 같은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안 역시 그 적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이 점과 관련하여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16대 국회의 잔여임기와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 대통령의 잔여임기의 관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비록 16대 국회의 임기가 5월 29일까지로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임기를 아직 2개월 이상 남겨 두고 있었다 하더라도 17대 국회의원총선거를 불과 한달 여 앞둔 시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16대 국회가 잔여임기동안 할 수 있는 업무란 것은 통상적으로 국회가 수행하는 안건의 처리라거나 17대 국회 구성 때까지 미룰 수 없을 정도의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의 의결에 국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공직에서 파면시키기 위한 탄핵소추의 경우라면, 그것도 임기를 4년 가량 남겨 놓은 직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라면,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국회의 대표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헌정질서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의 비상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6대 국회 임기를 불과 두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한달 여 남겨둔 시점에서 행해진 이 사건 탄핵소추는 결코 그와 같은 대표성을 갖춘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국회에 탄핵소추권이 부여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합의제 국가기관이라는 점 때문이다. 합의제 국가기관은 다수의 구성원으로 구성된다는 그 특성상 대통령과 같은 독임제 국가기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권력남용의 위험성이 적다. 그러한 권력남용 위험의 감소는 다름 아닌 국회 내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합리적인 토론과정을 통하여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와 이성적인 토론은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에서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지만, 탄핵소추와 같은 중요 안건에 있어서는 특히 그 중대성이 크다. 즉, 탄핵소추안의 발의에서부터 의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러한 토론과 합의의 절차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며 발의 이후 의결까지의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절차의 무시가 합리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합의제 국가기관으로서 국회가 갖는 한계는 이 사건 탄핵소추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탄핵소추안의 발의와 의결 과정이 앞에서 언급한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합리적 토론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 탄핵소추안 의결을 주도한 야3당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토론과 의사 진행을 방해한 것은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열린우리당의 의원들이었다고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보여준 의사진행 방해의 문제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의사진행을 위하여 야3당이 과연 합의제 국가기관에 요구되는 의무를 최대한 이행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탄핵소추안 발의 과정은 물론 탄핵소추안 의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이를 추진한 야3당과 여당격인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어떠한 형태의 합리적인 의견 교환이나 이성적 토론도 존재하지 않았고 극단적인 대립과 상호 비방만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 내용이 어쨌거나 탄핵소추대상자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야3당의 요구대로 사과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야3당은 오히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문제삼아 탄핵소추 의결 절차를 더욱 서둘렀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야3당은 물론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16대 국회가 합의제 국가기관에 요구되는 합리적 토론을 통하여 탄핵소추안 의결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탄핵소추는 합의제 국가기관으로서 국회에 요구되는 의사절차를 무시한 것으로서 그 적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셋째, 헌법과 관련 법률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때 탄핵소추에는 일정한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심판기간이 최장 180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 규정이 훈시규정이라 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기간이 이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소추를 담당하는 국회(법사위원장)가 소추중에 임기가 다하여 새로운 국회에서 이 소추절차를 승계하여야 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회는 본래 입법기를 한 단위로 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활동하고 새로운 국회에 미결상태의 사안을 넘겨주어서는 안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점은 회기계속의 원칙을 취하되 임기만료시에는 국회에 제출된 안건이 폐기된다는 헌법 제51조의 규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이전 국회에서 미결상태로 둔 사안을 그대로 이어받아 부담을 지는 것은 우리 헌법이 예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전 국회에서 의결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의결하여 탄핵소추를 취소(취하)하는 경우 전 국회는 정치적 혼란만 야기한 채 아무런 의미도 없이 탄핵절차를 종료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탄핵소추의 시기와 관련하여 헌법상 일정한 제한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임기가 180일은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이하의 기간만이 남아 있을 경우에 탄핵소추를 하고자 한다면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너무나 명백하여 더 이상 그 위헌 또는 위법상태를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3. 탄핵소추의 사유에 관하여

(1) 국회의 탄핵소추안에서 제시된 사유는 선거법 위반, 측근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 그리고 정책실패로 인한 기본권 침해 등으로 요약된다. 측근 비리는 이미 야당의 요구에 의하여 구성된 특별검사가 수사를 진행중인 상황이므로 그 수사결과에 따라 선거소송에 의하거나 대통령이 책임질 부분은 임기 종료후에 소추하면 될 것이고, 대통령의 연관성, 특히 취임 후의 비리관련성은 직무수행상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입증된 바 없어 이 역시 적법한 탄핵소추의 사유로 볼 수 없다. 또한 경제파탄 등의 정책적 실패는 애초에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될 것을 요구하는 탄핵소추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과 경제파탄 등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일방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2) 그렇다면 그나마 고려해 볼 만한 사유로는 선거법 위반이 남는데 야3당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서의 발언 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노사모 등 시민단체 모임에서의 발언들이 야당을 비난하고 특정 정당, 즉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등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은 대통령이 사전선거운동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조항에는 위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려면 선거관리업무를 맡은 공무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고 집행하는 모든 공무원 및 관련단체의 선거와 관련한 중립의무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등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에서는 ‘선거법’이라 함) 제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무원은 단순히 행정부의 공무원에 국한되지 않고 입법부, 사법부의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법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중립의무가 일반적인 정치적 표현과 관련해서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즉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공무원의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또는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선거과정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포괄적 의무를 규정한 것이지 공무원이 일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에 있어서까지 중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침묵을 강제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직무의 수행에 있어서 특정한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법 제9조 제1항의 중립의무를 사실상 모든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침묵의 의무로 보고 대통령의 여러 발언을 문제삼고 있는 이 사건 탄핵소추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헌법규정의 취지나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와 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선거법 위반을 논란하고 이를 탄핵의 사유로까지 삼고자 한 국회의 조치야말로 지극히 반헌법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설사 선거법 제9조의 중립의무를 정치적 발언에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한 이번 탄핵소추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선거법상 중립의무가 모든 공무원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공무원이지만 그 성격상 선거법 제86조 제1항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직무의 성격상 정당가입과 활동이 보장되는 정치적 공무원의 경우에는 적어도 일반 경력직 공무원과 정치적 중립의무가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정치적 지향성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치과정에서 정치적 지향성이라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공무원, 특히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을 금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도 정당 가입과 활동이 가능한 공무원이며 이 점에서 대통령은 정치활동과 관련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일반적인 공무원보다 넓게 누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탄핵소추안에서 국회가 문제로 삼은 발언 등은 대통령이 직무상 공무원에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공권력의 행사를 특정한 정당에 유리하게 할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대통령이기 때문에 초청받고 발언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발언의 장소도 직무수행과 무관하다 할 수 있는 곳이고 발언의 내용 역시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희망을 표현한 것으로서 정치활동을 하는 당사자가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발언으로 인하여 특정정당에 유리한 정책집행을 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정한 정당의 후보로서 그 정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사항을 집행하는 것은 정치적 공무원에게 당연한 것이라고 볼 때, 이 정도의 발언이 과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칠 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탄핵소추사유로 제시된 내용은 주로 항간에 떠도는 말만 모아놓았을 뿐 이 부분에 대한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상 탄핵소추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할 것이다.

(3) 선거의 공정성 담보를 그 고유의 직무로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립의무를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 적용하여 선거관리를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언행을 중립의무 위반으로 판단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최고기관은 나름의 법해석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기관간에 서로 해석상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부의 판단을 일단 존중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관위의 해석과 관련하여 국회는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을 무시하고 독재를 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대통령은 납득할 수는 없지만 존중한다는 의견을 표시하여 오히려 국회의 주장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음을 본다면 대통령이 국가기관을 무시한 언행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지원하기 위하여 그 권한을 남용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핵심적 구성요소라 할 선거 질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경우라면 별 문제이되, 어떤 위법적 선거개입도 없었던 상황에서 단순히 대통령이 한 몇 차례 발언을 이유로 탄핵소추에 이른 것은 오히려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탄핵소추권의 취지를 오해하고 이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탄핵소추요건 및 절차의 문제

그러나 앞에서 살핀 판단에 앞서 이 사건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회의 의결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소추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본안에 관한 심사에 앞서 소추요건의 흠결로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1)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단순한 정치적 타격과 달리 법적으로 그 직무집행이 정지되어 대통령의 유고상태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탄핵소추는 당연히 충분한 입증자료와 함께 사유가 제시되고 충분한 이성적 토론을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반대정파가 탄핵소추의결에 족한 재적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파면사유가 전혀 되지 않아도 탄핵소추를 발의, 의결하여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일을 반복할 위험도 있으므로 탄핵소추는 매우 신중한 조사절차를 거치고 충분한 입증자료가 확보된 후에 헌법과 국회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추결의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과 새천년민주당에 보낸 공문과 2001년의 헌법재판소결정문, 대통령 노무현에 관한 기사자료,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관한 검찰의 수사브리핑자료, 법사위 청문회속기록,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 문건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들 자료는 주로 신문을 통하여 항간에 떠도는, 탄핵소추에 유리한 자료만을 모아 놓은 데 불과하여 대통령의 선거법위반이나 측근의 범죄행위의 공범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2) 또한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의안의 제안설명은 유인물로 대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안건에 관한 질의토론절차가 전혀 없었으며, 무기명비밀투표가 철저히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국회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특히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경우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에서는 본회의의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본회의에서는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자는 동의를 받는 절차나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이를 바로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의결도 없이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표결로 처리하였다는 점에서 국회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법 제72조에 의하면 국회 본회의는 2시에 개의하되 개의시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회시간을 임의로 변경한 것도 국회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소추는 소추결의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서 탄핵심판절차에 준용된다 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제327호 제1호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준하는 부적법한 소추이며, 따라서 탄핵을 위한 본안심판절차에 들어갈 것도 없이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5.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권한과 한계

(1) 어쨌든 이 사건 탄핵소추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고,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바로 그 순간부터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으며 현재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제 그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졌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탄핵의 심판을 할 권한이 있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을 결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탄핵소추에 대하여 어떤 결정을 할지는 전적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어쩌면 이제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한 결정권이 헌법재판소에 위임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적 대표성의 두 축인 대통령과 국회의 정치적 대결이라는 의미가 강한, 따라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이 사건에서 탄핵 여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또 위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최고의 헌법기관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 민주적 대표성은 국회나 대통령에 비하여 매우 약하기 때문에 헌정질서의 형성과 변화에서 헌법재판소에 어떤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역할이 부여되는 것은 우리 헌법질서에 부합하기 힘든 탓이다.

(2) 주지하듯이 우리 헌법의 근본인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는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에 따라 제도화되는데, 그것의 요체는 바로 대통령과 국회를 국민들의 총의로 선출하는 데에 있다. 대통령의 집행권과 국회의 입법권은 민주적 대표성을 그 원천으로 한다. 국가의 운영과 법질서의 형성은 바로 이러한 대표들이 맡게 되며, 그것으로써 국민들이 스스로 통치한다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반면에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는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에 입각한 것은 아니다. 사법부의 기능이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충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재판을 인민재판식으로 하거나 혹은 그 구성을 모두 선출직으로 하여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상 그 권력의 원천은 역시 헌법의 근본인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원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충한다고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자기수정의 원리로 보아야지, 귀족제와 같은 이질적인 권력형태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의 구성도 어떤 식으로든 민주적 대표성에 뿌리를 두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그것은 직접 국민으로부터가 아니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나오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대통령과 의회 및 대법원에서 임명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3) 물론 헌법상으로는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최상위의 헌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위성은 민주적 대표성을 ‘지키는’ 차원에서 최고의 심급이라는 뜻이지, 그 스스로 민주적 대표성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최고라는 뜻으로 볼 수는 없다. 권력분립의 원리상 사법부의 기능이 원래 그러함은 물론이려니와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직접적으로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에 따르지 않는 이상 어떤 적극적인 권력행사가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 행사에 대하여 관여하게 되는 것은 단지 대통령과 국회가 그 민주적 대표성을 남용하거나 일탈하는 경우에 그것을 ‘시정’하고 ‘복원’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만든다면 헌법재판소는 위헌심판으로서 시정하고, 대통령 등 행정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으로 구제한다. 반면에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법률을 제정하거나 행정처분을 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컨대 헌법재판소는 무엇을 형성하는 적극적인 최고기관이 아니라, 다만 시정하고 통제하는 소극적인 최고기관인 것이다.

(4)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탄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민주적 대표성을 적극적으로 교체하는 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탄핵심판은 단지 민주적 대표성의 일탈과 남용을 시정하는 일이며, 민주적 대표성의 교체는 다만 그 반사적 효과로서 나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책임은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고, 오직 법적인 책임만이 탄핵의 사유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범법행위가 민주적 대표성을 배반하는 경우 그것을 시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본분이며 그 경우 헌법재판소의 최고성은 옳게 구현될 것이다. 국회의 권력에 대해서도 그렇듯이 대통령의 반민주적인 권력 남용과 일탈에 대한 견제와 제재는 헌법재판소의 고유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중대한 범법행위를 하고 그에 따라 헌정질서가 위험하다면, 헌법재판소는 설사 국회의 취하 결의가 있다고 하여도 그에 구애받지 말고 탄핵을 가결시키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그에 구속되어 탄핵심판을 각하할지라도 그 결정문의 이유 설시에서는 실질적인 판단을 내려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헌법재판소의 책무이자 위엄일 것이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정치적 책임을 물어 민주적 대표성을 교체하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의 손에 놓이게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거기에까지 최고성을 주장하는 것은 당장의 실질적 효과가 어떻든 헌법의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와 맞지 않는 월권이며, 국민주권에 대한 배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번 사안에서 그런 위험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는 이번 사안에서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본분에 따라 그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최고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즉 민주적 대표성의 ‘교체’가 아니라 민주적 대표성의 ‘회복’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즉 국회의 탄핵발의라는 극단적인 권력남용을 제어하고, 또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선거관련 행위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대통령과 국회가 다시 적정한 견제와 균형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한다.


6. 맺음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탄핵소추를 각하 또는 기각하면서도 교묘한 언설에 의하여 이 사건 탄핵소추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을 부분적으로라도 인정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과거 헌법재판소가 4.3진상규명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각하결정에서 각하결정과는 전혀 무관하게 4.3특별법의 적용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는 결정을 함으로써 사실상의 입법기능을 행사하는 월권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무나도 분명한 사안을 양비론으로 비틀거나, 권력분립의 미명하에 대표성 없는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를 정당화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최고심급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분명하고 단호하되 사족 없는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이 땅의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진정한 헌법수호기관으로 거듭나길 염원한다.*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7-0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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