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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 


친일, 군부, 반공과 맹목적 지역주의에 똬리를 튼 부패정치집단인 한나라당과 '껍데기 개혁' 마저 내팽개치고 국민들에게 배신의 칼을 꽂은 민주당, 그리고 군사쿠데타의 원조격인 자민련의 야합이 낳은 탄핵정국은 바야흐로 이들 3당의 동반 몰락의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탄핵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떠벌였지만, 어떻든 그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탄핵정국을 가져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치적 미숙함에서 나온 것이건, 고등정치수학에 의하여 정밀하게 계산된 것이건,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을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법적 해법의 동원에까지 이르도록 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나아가 우리는 이번의 탄핵정국이 민중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하게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겨냥하여 일어난 지배권력 내부의 추악한 권력다툼의 한 장면이었음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서로 뒤질세라 민주주의를 외쳐대지만 노무현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집시법의 개악, 테러방지법의 제정 기도, 이라크파병결정, FTA 비준동의 등 철저하게 반민중적인 연합을 구성했다는 데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노동자의 급증과 청년실업의 만연, 극도의 고용불안, 사회보장의 축소와 농민의 파탄 등 민중의 압살을 가져 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에서 그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최대의 반사적 특혜가 돌아갈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우리가 야3당의 탄핵발의와 가결에 대하여 그 무효를 선언하고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반민주주의적 본질 때문이다. 침소봉대와 견강부회로 만들어낸 이유로 헌법과 법률을 빙자하여, 그리고 오로지 다수의 힘에만 의거하여 그나마의 절차도 무시한 채, 국민이 직접 선출한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킨 그들의 폭거는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된 대통령직선제의 의미를, 나아가 민중들의 피눈물로 겨우겨우 끌고 온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짓밟은 의회쿠데타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군부독재의 사슬을 뜨거운 투쟁으로 끊어냈듯이, 3당야합과 지역패권주의에 대한 싸움을 쉬지 않고 계속해 왔듯이, 우리는 21세기 벽두에 민주주의의 표상이라 할 의회가 헌법수호를 빙자하여 숫자놀음으로 밀어붙인 탄핵소추를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법의 이름을 빌린 이 신종 쿠데타를 단호히 거부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법학연구자로서 바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가결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저들의 천박한 법의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탄핵심판청구의 법리적 파탄 앞에서 상투적인 법리논쟁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비록 우리 헌법은 그것을 "직무와 관련하여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다소 추상적인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탄핵제도는 직선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요구될 정도의 중대하고도 명백한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의 존재를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탄핵소추를 가결시켜 놓고도 다시 철회를 읊조리고 있는 야3당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듯이, 그들이 내세운 어떤 사유도 직선대통령의 직무정지를 감수할 정도의 중대성이나 명백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탄핵소추의 가결은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행사해야 할 시기도 장소도 방법도 모른 채 오로지 힘의 논리에 의지하고자 했던 거대 야당연합의 정치적 무능력의 고백에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어떤 직접적인 민주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헌법재판소에 민주주의의 운명을 전면적으로 위임해 버리려는 이번 탄핵소추는 민주주의에 대한 포기 선언이자 국민에 대한 반역의 천명이다. 민주주의를 포기한 집단에게 국민대표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인정할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의 탄핵소추는 국민대표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총선에서의 집권욕, 아니 패배의 공포에 눈이 뒤집혀버린 부패정치집단의 마지막 발악일 따름이다. 이처럼 야3당이 다수국민의 의사 곧 민주주의를 탄핵시킨 만행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할 부패정치집단이 주인인 국민을 능멸하는 작태이며, 주권을 찬탈하는 저들을 소환하고 책임을 물음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세워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극명하게 보여줄 따름이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직무정지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탄핵하려는 저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관철될 지는 이제 헌법재판소에 달려 있다. 총선을 연기하고 헌법을 고쳐 이 나라 민주주의에 전면전을 선포할 만용을 부리지 못한다면 말이다.

이미 그들의 작태에 대한 국민들의 뜻은 판명되었다. 밤거리를 수놓은 수십만개의 촛불에서, 안방이라 할 지역에서조차 바닥을 기고 있는 지지율에서, 이미 그들에 대한 심판은 내려졌다. 또 다시 분출된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헌법재판소의 이성적인 결정으로 마무리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너무나도 분명한 사안을 양비론으로 비틀거나, 권력분립의 미명하에 부패정치집단의 손을 조금이라도 들어준다면, 이는 헌법재판소 스스로 부패한 기득권세력의 정치책략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분명하고 단호하되 사족없는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이 땅의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헌법수호기관으로 거듭나길 진정으로 염원한다.



2004. 3. 25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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