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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송두율 사건’에 대한 법학 교수들의 입장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사회학자 송두율을 둘러싸고 그의 사법적 처리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우리 법학교수 일동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우선 그의 과거 행위가 위법하다는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그 위헌성과 비민주성에 대하여 긴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제 이러한 악법을 다시 적용하여 국제적인 인정을 받아온 학자의 학문적 인생을 재단하려는 검찰의 시도에 대해 개탄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설령 백보를 양보하여 그의 과거 정치적 행위가 우리의 실정법인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평가가 수사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는 우리 헌법에 의해 보장된 정신적 자유권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며, 그 내용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다시 그에 해당하는 학문세계와 나아가서 우리 국민 모두의 성숙한 판단에 맡길 일이다. 이러한 것을 굳이 검찰이 사법판단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수준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일이며,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일 따름이다.

나아가서 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몇 가지 인권침해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문명국가가 인정하는 ‘적법절차’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사실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이와 같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거니와, 이 번과 같이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이러한 기본적 절차마저 지키지 않은 국정원과 검찰의 태도는 대한민국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평가에 일조하는 것일 뿐이다. 또 현행법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검찰이 관련피의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진보와 개혁세력에 대한 수구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이념공세에 일정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의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하였고, 그것이 사법심사의 대상의 될 정도로 엄중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절차와 규칙에 따라 조용히 진행할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도 이것이 정치적으로 확대재생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송두율 교수는 이미 노동당을 탈당하고 독일 국적을 포기하며, 남한의 헌법을 존중하겠다는 등 과거 행적에 대한 ‘반성’의 의사를 밝혔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판단은 아직 내리기 어렵지만, 여하튼 그의 일생은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과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려 했던 민족의식을 가진 학자로서 두 체제 모두로부터 이용 내지는 배척당한 ‘비극적 경계인’의 그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북 사이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노력이 시대적 과제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고, 모든 면에서 남한이 북한과의 체제비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금, 이렇게 민족적 양심을 가진 학자를, 그의 고향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해 주는 것이 온당한 일이 아닌가. 우리는 우리 사회가 이미 이 정도의 ‘관용’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성숙되어 있다고 믿는다.

2003. 10. 19

전국 법학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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