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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김명호 교수의 우발적 석궁발사사건을

자성과 자기정화의 밑거름으로 삼아라!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 수학과 교수가 교수지위 재확인을 위한 자신의 항소를 기각시킨 재판부의 재판장을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소지해간 석궁을 우발적으로 발사한 사건은 국민 모두에게 실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사건을 접하고 김명호 교수의 복직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해온 우리 민교협은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김명호 교수가 재판장을 찾아가 소지해 간 석궁을 우발적으로 발사한 사실 그 자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의 행위는, 정상이 충분히 참작되어야 하겠지만, 최소 수준일지라도 형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김명호 교수가 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 그런 식으로 울분을 표시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개인적 차원으로 축소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켜 그 분노가 대학 개혁과 법원 개혁 및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변혁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의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부당해직되지 않았더라면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한 학자를 그런 행위를 저지르게까지 궁지로 몰아넣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의 그런 행위는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대학과 법원 등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부조리가 만들어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김명호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된 결정적인 원인이 수학입시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되어 그가 출제위원들과 대학당국과 갈등을 빚게 된 데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그것을 “한 원인으로 보인다”라고만 했지,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사코 사건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연구실적 등에 대한 대학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동료교수 비방,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점부여, 교수회의 불참 등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학교 측의 재임용 탈락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마디로, 학자로서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재임용 탈락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라! 대학 측이 제시하고 있는 증거나 증언들이란 대체로 한 사람을 매장시키려고 작심하지 않는 한에서는 못마땅할지라도 조용히 타이르거나 무시할 만한 사항들, 김 교수가 홧김에 동료교수나 학생들에게 한마디 내뱉은 욕설, 김 교수를 집단 왕따 시킨 동료교수들을 따르는 학생들의 처신과 증언 등이 아닌가? 김 교수가 동료교수를 비방했다면 그를 집단 왕따 시킨 교수들이 그에게 퍼부었을 비방은 없었겠는가? 교수회의에 불참한 것이나 출석일수 2/3을 채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 것이 경고나 감봉의 사유가 될 수 있을 지라도 과연 해직이라는, 한 사람의 정상적인 삶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재임용 탈락의 사유가 되어서는 되겠는가?

더욱이 우리는 재판부가 김 교수가 재판과정에서 자신은 '전문지식을 가르칠 뿐이지 가정교육까지 시킬 필요는 없다'고 진술한 것까지 항소 기각 이유 중의 하나로 들고 있는 데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재판 속기록을 읽어보면 금방 드러나지만, 그의 그 발언은 재판장이 그가 처음부터 교육자로서는 잘못한 점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한 데에 대한 단순한 즉자적 답변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그걸 문제 삼는 것은 치사하게 말꼬리 잡는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만보를 양보해 그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것만 중시하고 정말 가정교육에는 무관심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에 대한 재임용 탈락 결정의 이유가 되어서는 되겠는가? 물론 교수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가정교육까지 돌보는 훌륭한 교육자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며, 우리 역시 교수들이 그런 교육자의 역할까지 잘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가 갈수록 전문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대학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법원의 주장대로 라면, 이제 전문지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키려 하는 대학교수들이 대량으로 재임용에서 탈락되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가장 분노케 만드는 것은 재판부가, 김 교수가 재임용에 탈락될 당시 성균관대 수학과 재학생들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와 당시 수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법원에 제출한 재임용 탈락 반대 서명서와 같은, 그가 교육자로서의 자질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들은 아예 무시하고 대학 측이 제출한 증거들만을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 재판 속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김 교수가 분명한 기준에 근거해 엄정하게 성적을 평가했지만 일부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F학점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전혀 참작하지 않고 대학 측이 주장한 그의 ‘교육자적 자질 부족’만을 받아들였다는 것 (오마이뉴스 2007년 1월 18일자 기사 “점수 나빠 F학점 주면 교수 자질부족? ”) 등이다. 그런데 재판부의 이런 처신은 김 교수의 연구업적을 더 이상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대학 측의 재임용 탈락 결정을 옹호하겠다는 명백한 악의적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았더라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처신이다.

이번 판결에 참여한 한 판사는 “당사자를 배려하고 그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안타까워했지만” “편파적으로 심리를 진행했다고 취급되는 점에 대해 ..... 통분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이 발언은 거짓말이다. 그의 발언과는 달리, 재판부는 대학 측에 유리한 증거만을 채택함으로써 김 교수를 대학에서 마땅히 추방해야 할  ‘저질의 교육자’로 낙인찍었고, 이에 근거해 해직을 가져오는 재임용 탈락 결정이 결국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게 해 놓고서 그의 학자적 자질을 인정한다고 한 것이 무슨 당사자를 배려하고 그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안타까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런 판결은 차라리 연구 실적이 미비하므로 재임용탈락 결정이 정당하다고 우기는 것 보다 당사자를 더 짓밟고 더 우롱하는 짓이 아닌가?

이번 판결은 대학 측이 마음에 들지 않은 교수들을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런 저런 이유들을 들어 재임용과정에서 대량 탈락시킬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주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어느 의미에서는 그 어떤 판결보다 앞으로 교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 ‘최악의’ 판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명호 교수의 재임용 탈락결정이 그 핵심에서 진실의 은폐를 거부한 한 학자에 대한 대학 차원의 집단적 보복행위였다면, 김명호 교수의 우발적인 석궁발사사건에 대한 이번 판결은 법원이 여전히 확고하게 강자의 편에 서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담당판사들이 재판 진행과정에서 법적 규정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은 여러 사례들을 지적해 왔다. 우리는 그의 지적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면서 판사들에게 자신들이 과연 법적 양심에 부끄러운 점이 없는 재판진행을 했는지를 자문해 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이런 제반 부조리들이 시정되지 않은 한 제2의 석궁발사사건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보장도 없다.


아울러, 우리는 교수 재임용과 관련된 그간의 법원 판결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알기로, 교수재임용 문제와 관련된 대법원의 최초의 대법원 판례는 교수들의 재임용 기대권을 인정한 대법원 1977.9.28 선고 77다300이었다. 그러나 이 판례는 이후 헌법이 규정한 교원지위 법정주의를 송두리 채 짓밟고, “법률해석을 변경할 경우 법원조직법이 정한 전원합의체를 거쳐야한다”는 법원조직법 제7조 1의 3 규정조차 아예 무시한 채 “재임용 여부는 전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이다”라고 판시한 저 악명 높은 1987년 6월 9일의 판례 86다카2622로 대체되었고, 이로 인해 지난 20여 년간 재임용에서 탈락된 400여명의 교수들로 하여금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해직의 고통을 겪도록 만든 비극이 발생했다. 우리 민교협은 그간 판례 77다300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폐기된 것이 아니므로, 죽은 것이 아니라 단지 사장-은폐되어 왔음을, 또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 지금이라도 판례 86다카2622를 준거로 해 내린 모든 판결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국민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조치가 있어야 함을 누차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한 번도 성실한 답변조차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수많은 해직교수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구제절차를 두지 않은 구 사립학교법 제53조 2의 3 규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정이 내려지고, 이에 따라 2005년 1월 27일 현행 사립학교법이 개정 공포되었다. 그러나 재임용 탈락과 관련된 법원 판결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예컨대 사립학교법이 개정 공포된 이후 사립대 교수 재임용 탈락 사건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었던 2006년 3월 9일의 대법원 판결(2003 다 52647, 2003 재다 262)은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그 외 임용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임용기간이 만료된 사립학교 교원은 임용기간 만료로 대학교원 신분을 상실한다”는 상식 밖의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법원이 재임용탈락 결정이 무효라고 인정할지라도 대학이 그 교수를 복직시킬지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용이 예상되는 기간 (예를 들어 조교수의 경우 3년)이 지나면 그를 다시 대학에서 쫓아내거나, 아니면 임용 예상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불하고 그를 아예 대학에 복직시키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렇다면 이번 재판에서 설령 김명호 교수가 이겼다고 할지라도 그가 대학 강단에 다시 설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


이런 사정들과 관련하여 우리는 법원이 김명호 교수의 이번 우발적 석궁발사 사건을 복수에 눈이 먼 한 개인의 의도적 테러행위로, 또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 내지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 등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부당하게 해직 당함으로써 겪어야만 했던 12년에 걸친 고통과 그 고통 속에서 흘려야만 했던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라. 그의 행위 자체는 결코 미화되어서는 안 되지만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사법부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싶어 하도록 충동했는가를 생각해 보라. 왜 많은 국민들이 그의 행위를 동정하고 있고, 왜 그를 ‘21세기의 로빈 후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 ‘용감한 시민’ 등으로 칭송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이 사건을 대학과 교육부는 물론 법원에게 국민 위로 군림해온 과거사를 청산하고 자기정화의 길로 나서는 획기적인 계기로 삼을 것을 요청한다.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이미 폭발의 임계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번 김명호 사건과 같은 사건을 단지 단순한 테러 행위 등으로만 간주한다면, 당신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당신들을 향해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 불행한 사태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자성의 길로, 자기정화의 길로 나서라. 더 지체한다면 정말 당신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2007.1.19.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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