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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법률가 100인 선 언 문


헌법과 생태․환경법률, 국민의 생명권․생존권․환경권을 전면 무시하고 진행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은 물과 물길의 관리에 관한 국제적 규범에도 역행하므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 법률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추진해온 ‘한반도 대운하’ 사업 계획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깊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아왔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현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반대여론을 의식하여 운하사업의 실시 자체에 대해 쉬쉬하는 한편으로,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 초안을 작성하는 등, 대운하건설을 향해 모든 준비들을 갖추어가고 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만 얻으면 일사천리로 대운하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거침없는 기세이다.

이에 우리는 이 사업의 실시로 인해 초래될 국민생존권 침해, 환경생태․문화․역사파괴를 헌법과 국민의 생존권․생명권․환경권, 생태․환경법률의 이름으로, 그리고 국제적 생태·환경규범의 이름으로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이 선언문을 발표한다.

우리는 대운하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국민․단체에 대하여 찬성과 지지의 의사를 표하면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 계획 자체가 철회될 때까지 이 사업의 법적․정치적 문제점들을 계속해서 지적․비판하고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반대한다.


첫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역사와 헌법을 파괴하는 초헌법적 사업이다.

우리 헌법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헌법 전문(前文)의 첫머리에서부터 강조하고 있으며, 그러한 역사를 지키고 발전시켜가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헌법 제9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바로 그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발원한 곳이며,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헌법 전문)해줄 역사와 삶의 터전이다. 경부운하 예정지 내만 하더라도 지정문화재 72곳, 매장문화재가 177곳이 산재해 있다. 대운하는 이들 문화재와 함께 12,0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역사를 지우고 한민족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초헌법적 발상이다.


둘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국민의 생존권․생명권과 환경권을 완전히 파괴하는 반헌법적․반인권적 사업이다.

이미 외국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듯이 운하사업은 운하주변의 농경지에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농업의 파탄은 농업에 종사하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농업생산물에 의존해야 하는 국민들의 삶을 파괴시킬 것이다. 대운하사업의 부정적 영향으로 발생할 홍수와 자연재해는 국민의 생명권을 직접 침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운하는 우리 국민 70%가 이용하는 한강(잠실상수원 내에만 10개의 취수장이 있어 서울, 인천, 성남 등 천 만 명이 넘는 시민이 한강물을 식수로 이용)과 낙동강이라는 식수원을 오염시킬 것이므로 운하건설은 ‘안전한 식수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운하사업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국민들의 기본권(헌법 제35조 제1항)을 그 근본에서부터 파괴할 것이다. 


셋째,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헌법 제9장 “경제” 부문을 사실상 폐지하는,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지 않는, 위작적(僞作的) 헌법개정에 해당한다.

헌법 제9장은 대한민국 경제 질서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는 근본규범에 해당한다. 우선 헌법 제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제1항)고 하면서도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제2항)고 명시하고 있는바, 이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존중하되, 시장의 지배는 막아야 함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대운하사업을 민간자본 100%로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국민 모두의 공유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모두 시장에 넘기려 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공유재산에 대해, 그리고 시장에 대해 해야 할 일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는 헌법포기, 헌정질서 교란에 다름 아니다.

한편 제119조의 경제헌법의 기본원리에 이어 우리 헌법은 제120조에서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수산자원·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제1항)고 하면서도 동조 제2항에서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고 하여 기업과 시장에 특허할 수 있는 자원 채취․개발 또는 이용에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가의 보호 아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의 범위 내에서 개발 또는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계획 중인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은 대운하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운하 건설에 필요한 토지, 건물에 대한 소유권과 권리, 광업권, 어업권 등을 사실상 마음대로 수용·사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조세 및 각종 부담금의 감면에 이어 운하 주변의 국유 및 공유재산에 대해 사실상 무제한의 개발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국토와 자원을 통째로 대운하사업시행자에게 넘겨주려고 한다. 이것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수 천 년 동안 이어져온 온 국민의 공유재산을 개인과 기업들에게 봉토(封土)로 할양하는 신봉건주의적 작태라고 하겠다.


넷째,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1960년대 경제개발 시대와 함께 시작된 대한민국의 환경․생태법률체계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법질서 파괴행위이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파괴된 환경을 복구․복원하고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해법’, ‘환경보전법’, ‘환경정책기본법’,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등을 제정해왔다. 경제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각종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이들 환경법질서가 잠시 부분적으로 후퇴한 적은 있었지만, 역대정부는 환경과 국토, 그리고 자원을 총체적으로 보호·보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이러한 지난 40여년의 노력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국토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보전을 위하여 사회적 합의하에 만들어온 법적 검증절차를, 20여개에 이르는 인허가 의제조항을 통해 일거에 무너뜨리려 한다. 그 중에는 국민 대다수의 젖줄인 상수원보호구역과 자연공원(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을 파괴할 의제조항도 포함하고 있어 수질오염과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섯째,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물과 물길의 관리에 관한 국제기준에도 역행한다.

대운하를 추진해온 세력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이던 시절부터 운하사업의 경제적 타당성․환경성이 국제적으로도 검증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 일례로 든 것이 유럽연합의 마르코 폴로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운하문제에 대한 유럽연합의 태도를 설명하려면 먼저 2000. 10. 23일 제정된 유럽연합의 물관리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 2000/60/EC)을 언급해야 한다. 이 지침은 모든 물의 관리지침을 담고 있는 유럽연합의 법원(法源)으로서 회원국 모두에게 그 지침에 따른 입법의무를 지우고 있다. 친환경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유럽연합은 친환경적 개발에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두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해오고 있다. 물관리지침은 그 일환으로 제정된 것이다. 물관리지침은 물의 관리에 관하여 매우 명확하고도 분명한 임무를 회원국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15년까지 모든 물(지하수에서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닷물까지)을 “양질(良質)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물의 재생을 뜻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① 강과 호수와 해양의 수역에서 식물과 어류가 널리 자연스럽게 생존해야 하며, ② 모든 생물이 소하천과 강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③ 정화되고, 자연 그대로인 강가, 호숫가, 해안가를 유지하며, ④ 유해물질축적을 한계치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다 ⑤ 모든 수역의 상태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요청도 추가된다.

다만, 현재의 상태보다 더 악화시키는 조치․사업은 아주 엄격한 제한 하에서만 예외적으로만 허용될 수 있다. 그러한 예외적 허용은 “하천과 그 수역의 상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실천 가능한 (예방)조치(all practicable steps)를 취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유럽연합의 이 지침은 사실상 추가적인 운하건설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만에 하나 추가적으로 운하건설을 시도하려면 그것은 ⑤번 항목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유럽연합의 물관리지침에 비추어 보았을 때, ①~④ 항목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초안 작업이 끝난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은 ①~④번 항목에 이어 ⑤번 항목에 정면으로 배치(背馳)된다. 유럽연합의 지침은 “모든 실천 가능한 예방조치”라고 했다. 그것을 우리 상황에 적용해 보면, 운하건설을 위한 계획의 입안과 그 실행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관련 법령상의 모든 검증절차를 거칠 때에만 가능한 것이 된다. 그런데 특별법은 그 모든 검증절차와 예방조치를 법조문 하나로 해결하려고 한다. 나아가 대운하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위와 같은 특별법에 근거하여 모든 검증절차를 오는 3월과 4월에 걸쳐 한두 달 안에 끝내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자연 파괴적 독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산과 바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공유재산이다. 당대의 이기심과 조급한 개발욕구,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대한 조바심으로 폐기처분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제17대 국회는 지금이라도 대운하사업의 문제점을 끝까지 따져 물음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자신의 국정감시권한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제18대 총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으려고 하는 모든 정치세력들은 대운하사업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국민 앞에 표명하여야 한다.

한반도에 생명·생태·환경 재앙을 가져다 줄 대운하 사업은 결코 졸속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되는 대운하사업은 시장권력, 자본권력과 국가권력이 합작하는 독재에 불과하다. 대운하사업을 지금처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정부 여당은 4월 총선에 이어, 헌법과 법질서, 생명·생태와 인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는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라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다(헌법 제35조 제1항). 우리 법률가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운하건설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대운하 반대운동에 국민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기원한다.



2008년  3월 6일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법률가 100인 선언 참여자


강경선(방송대) 고영남(인제대) 곽노현(방송대) 김선광(원광대) 김욱(서남대) 김광수(서강대)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승환(전북대) 김엘림(방송대) 김은진(원광대) 김인재(인하대) 김제완(고려대) 김종서(배재대) 김종철(연세대) 김홍균(한양대) 김홍엽(성균관대) 김희성(강원대) 문병효(한경대) 문준영(부산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상식(경상대) 박승룡(방송대) 박지현(인제대) 박태현(한남대) 박홍규(영남대) 백좌흠(경상대) 서경석(인하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소병천(아주대) 송강직(동아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송석윤(서울대) 안진(전남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홍익대) 윤영철(한남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동승(상지대) 이상수(서강대) 이원우(서울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건국대) 이창호(경상대) 이호중(서강대) 임재홍(영남대) 장덕조(서강대) 전윤구(경기대) 정경수(숙명여대) 정병덕(영산대) 정태욱(인하대) 제철웅(한양대) 조국(서울대) 조경배(순천향대) 조상균(전남대) 조상희(건국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영남대) 차성민(한남대) 최정학(방송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한상희(건국대) 하승수(제주대) (전국 대학 법학과 교수 7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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