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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졸속․부당 인선에 반대한다



오늘(2009년 7월 16일) 오전 신임 인권위원장 내정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인권위의 독립성과 인권위원장의 인선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 온 우리들로서는 놀라움과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먼저 청와대의 인선 배경설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어서 인권위원장 자격기준과 인선절차의 원칙을 다시 상기해 보고, 끝으로 청와대에 몇 가지 요청사항을 제기하고자 한다.


1.청와대의 인선 설명의 문제


신임 인권위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대학장·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보여준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은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인권선진국으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첫째, 청와대의 인선 사유는 인권위법에 적시된 인권위원의 요건인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는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즉 인권위원장을 내정하면서 법에 규정된 자격기준에 대한 소명이 전혀 없는 셈이다. 인권위원장의 임명에 있어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제시가 최소한의 절차적 요청이라고 할 때, 이번 임명행위는 재량의 범위를 넘은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청와대는 학장 및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여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인권위의 미래에 대하여 오히려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주지하듯이, 현재 인권위은 기로에 서있다. 현 정부 들어 인권위 조직의 일방적 감축 등 그 독립성 훼손의 사태들이 계속되어 왔고, 이제 인권위는 국가권력에 순치된 정부 대변 기구가 되느냐 아니면 권력의 위협에 맞서 그 독립성을 수호해 내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의 인선을 결국 인권위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정부 산하 행정위위원회로 고착화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셋째, 청와대는 신임 인권위원장이 인권선진국으로서의 국가적 위상을 제고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한 기대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현재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인권상황 악화와 인권위의 위상격하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청와대는 과연 그런 사정을 알고 이번 인선을 한 것인지, 또한 학장, 학회장 등 보직 경력이 국제적인 인권위상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2.인권위원장의 자격요건과 인선절차


다음으로 이번 인사를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그리고 인권단체 연석회의에서는 신임 인권위원장 자격 가이드라인과 그 인선절차 원칙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첫째, 인권위원장의 자격 가이드라인이다. 인권위원장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경험, 그리고 인권지향성을 갖추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어야 하며,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어야 하고,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지가 뚜렷하며, 인권위 8년의 성과를 계승하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하며,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에 실현할 의지를 갖추어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으며, 국제사회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어야 하며, 도덕적으로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

둘째 인선과정에서의 절차적 원칙들이다. 인권위원장의 임명은 헌법 등 관련 법정신에 부합하는 인선이어야 하며, 다른 행정부처의 장의 인선과 달리 인권위의 독립성에 걸맞는 인선이 되어야 하며, 또한 국회의 인사청문절차에 준하는 공개적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며, 시민사회의 다원성이 반영되어야 하며, 인권시민단체와의 협력하여 진행되어야 하며, 인권위원장의 자격에 관한 실체적 요건들이 숙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원장 후보자 내정은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와 같은 자격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또 인선절차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완전한 자격기준을 충족시키는 후보자를 찾기는 쉽지 않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인선절차를 거치기에는 법제상 미비점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달하는 인선이었다.


3.요구사항


인권위원장의 임명을 서두를 일은 전혀 없다. 인권위법상 인권위원이 결원이 된 후 30일 이내에만 임명을 하면 된다. 인권위의 헌법적 중요성 그리고 현재 인권위가 처한 상황을 생각할 때, 이번 인사는 더욱 신중하여야 하며 사회적 공론화 과정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 우리는 다음 사항들을 요구한다.

1)대통령은 인권위와 다른 행정위원회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인권위법에 부합하는 인선배경 설명을 다시 해 주기 바란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요청이며, 국민적 대표자인 대통령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것이다.

2)대통령은 바로 임명절차를 끝내지 말고, 내정자에 대한 검증절차를 밟기를 바란다. 현행법상 국회의 인사청문을 하기 어렵다면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사회적 검증절차를 거치기 바란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방송통신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이다. 인권위의 헌법적 위상과 그 독립성을 생각할 때, 인권위원장에 대한 공적인 검증과정은 당연한 요청이라고 할 것이다.

3)대통령은 인권위의 준국제기구적 성격과 시민사회적 연결성을 재인식하고, 신임 인권위원장 인선에 있어 국제사회와 국제인권기구 그리고 국내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과 인권단체들의 입장을 널리 경청하길 바란다.

청와대가 이와 같은 우려와 요청들을 감안하여 지금이라도 보다 신중하고도 합당한 인선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만약 그렇지 않고 이 상태로 졸속인사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신임 인권위원장의 임명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2009년 7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회장 김승환 전북대 교수), 민주주의 법학연구회(회장 서경석 인하대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김한성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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