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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BW 저가발행사건의 손해액 산정 관련 논평: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 좌우할 SDS 배임액 문제

면소판결 위해 짜맞춘 1심 재판부의 형식적 논리조작 반드시 시정해야

객관적 기업가치 반영된 실거래가액의 합리성 배척할 근거 전혀 없어

1. 지난 5월 29일(금) 삼성특검관련 사건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대법원은 삼성SDS(이하 SDS) 사건에 대해 제3자 배정방식의 현저한 저가 발행은 이사의 임무위배에 따른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로써 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판단은 다시 SDS BW의 적정가액 및 배임액수 산정 그리고 그를 통한 공소시효 만료 여부 판단의 문제로 되돌아갔다.

이 사건 1심에서 재판부(주심: 민병훈 전 판사)는 배임행위와 회사손해를 인정하면서도 SDS BW 발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BW의 적정가격을 주당 약 9천원으로 판단해 배임액수가 최대 44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면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5만5천원에 달하는 장외 실거래가를 일방적으로 배척한 대신, 자의적 평가방법을 동원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함으로써 회사손해액이 특경가법 적용 기준인 50억원을 하회하도록 BW 적정가액을 짜맞추어 이건희 전회장 등 피고인에 대한 면소판결을 내렸다. 만약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이런 비상식적인 판단을 되풀이하여 또 다시 이건희 전 회장 등에 면죄부를 준다면,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는 결코 회복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SDS 적정주가의 판단 문제는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우선, 1심 판결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독립당사자간의 실거래가 5만5천원을 자의적으로 배척하고 주식시장(market)을 대신하여 일방적인 적정가 산정에 나서는 무리를 감행했다.

1심 재판부는 1998년 7월경부터 1999년 12월경까지 2,572회에 걸친 거래당사자 134명 사이의 장외거래를 통해 SDS 주식 501,997주가 거래되었으며, 사채발행일을 전후한 1999년 2월 10일부터 3월 15일까지 1주당 5만3천원에서 6만원 범위 내에서 안정된 주가를 기록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특정한 3인이 이 장외거래를 주도했고, SDS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아 배척했다.

그러나 이들 3인이 SDS 주식 장외거래의 상당 부분의 일방 당사자였다는 이유로 실거래가를 배척한 1심 재판부의 주장은 이들의 거래상대방이 이들과는 100%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독립적인 거래당사자였다는 핵심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 3인이 어떤 매입가와 매도가를 부르건 간에 완전히 독립적인 계산 아래 움직이는 거래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거래는 성립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이들 3인과 SDS 주식을 거래한 상대방은 대부분 SDS의 실적과 전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 SDS 직원이거나 장외시장까지 진출해서 거래할 정도로 경험 많은 일반투자가였다. 당시 실거래가는 많은 정보와 경험으로 무장된 독립 당사자들 간의 지극히 정상적인 주식거래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당해기업의 실적과 전망에 대한 모든 가용한 정보와 분석에 기초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기업가치가 반영된 결과이며, 그 경제적 합리성이 배척되어야할 어떤 근거도 없다.

또한 당시 SDS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사실 역시 실거래가의 공정성을 부정할 어떤 근거도 될 수 없다. IT업종 주식이 대부분 급등하던 당시 주식시장에서 IT성장주들의 급등세는 SDS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며, 더구나 당시 SDS는 삼성그룹의 정보화 관리 수요를 독점한 정보화 시대의 대표 성장주였다는 점에서 SDS의 주가급등은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가 실거래가를 일방적으로 배척하고 나선 것은 이를 적정가로 인정할 경우 배임액이 무려 1천 539억원에 이르러 이건희 피고인에 대한 실형선고가 불가피하게 된다는 사정을 고려한 봐주기 판결에 다름 아니다.

3. 한편 1심 판결은 상속증여법상의 보충적 평가방법이 과세당국의 과세목적을 위해 편의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부가격 중심의 주당 순자산가치와 미래수익가치 중심의 주당 순손익가치의 단순평균값으로 계산하는 상증법상의 기계적 평가방식을 적용해 SDS 적정주가를 낮게 평가함으로써 특경가법상 배임죄의 적용을 회피했다.

SDS는, 주당 순수익이 1997년 25%, 1998년 66% 급증한 데서 확인되듯이, IT정보화 붐이 불던 1999년 2월 당시 초고속성장이 진행되던 IT업종의 최우량기업이었다. 유사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배임죄 유죄 판결이 확정된 맥소프트 사건 판결문에서 분명히 지적된 바와 같이, IT업종의 경우 기업가치의 원천은 시설과 장치가 아닌 고급인력과 시스템에 있기 때문에 주당 순자산가치는 객관적인 기업가치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IT기업의 적정가액은 미래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존 입장이었다.

미래수익 평가방식은 미래수익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과거실적만 보는 상증법상의 순손익가치 평가방식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보다 진전된 평가방식으로서, 그 결과 얻어지는 평가액은 더 이상의 조정 없이 그대로 적정주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과거 실적에 따른 순자산가치를 반영하는 경우에도, IT업종의 경우에는 순자산가치의 가중치를 수익가치에 비해 훨씬 낮게 잡음으로써 미래 수익가치 증대 전망에 따른 기업가치 증가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미래수익 평가방식을 사용해 기존 판례의 입장을 일부 반영하는 모양새만을 갖추는 대신, 이에 다시 미래수익가치의 60%가 채 안 되는 장부상의 순자산가치(6,980원)를 굳이 기계적으로 산술합산하여 단순평균한 값으로 적정가(9,740원)를 삼았다.

이러한 1심 재판부의 평가는 미래가치할인방식의 순손익가치(12,500원)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배임액이 50억원의 2배인 100억원을 훌쩍 넘어서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 논리조작에 불과한 것이다.

4. 1심 판결의 피고인 봐주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절정에 이르렀다. 설령 1심 판결의 산정방식을 100% 수용한다고 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15% 이상만 인정하면 배임액이 50억원을 넘게 돼 면소판결이 불가능해진다.

그러자 1심 판결은 경영권 프리미엄은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전면배제했다. 그러나 상증법조차 지배지분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무조건 10%를 덧붙여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SDS처럼 수익전망이 밝은 최우량 성장형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10%선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 20, 30%를 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다. 따라서 SDS BW 헐값 발행으로 인해 이재용 등이 SDS의 최대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1심 판결은 봐주기의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5. SDS BW 헐값발행에서 이건희 전 회장은 사전보고를 받았을 뿐 아니라 결재과정에서 이학수와 김인주 피고인들에게 특별히 인수기회를 부여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이학수와 김인주 피고인에게 SDS BW 인수 특권을 부여한 것은 SDS BW 발행가(7,150원)가 터무니없는 헐값이라는 사실과 그렇기 때문에 이학수와 김인주 피고인에게 인수기회를 줄 경우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6. SDS BW 헐값발행 사건이 발생한 1999년 2월은 외환위기 발발 후 1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규모 실업으로 말미암아 전례 없는 고통에 시달리던 때였고, 삼성자동차의 부실경영으로 인해 수많은 협력업체가 도산위기에 처하고 국민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던 때였으며, 에버랜드 CB 헐값발행에 대한 배임죄 처벌요구가 공론화된 지 1년 반이 넘어서 SDS BW 저가발행이 배임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이 사건은 배임성 약탈거래와 내부자 정보유용의 연속적 과정을 통해 마침내 1998년 12월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배지분 취득으로 이재용 씨를 정점으로 한 그룹 지배⋅승계구도가 완성된 이후, 그룹 지배권과 무관한 시세차익획득 목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설령 그룹 경영권 승계가 사익추구 행위가 아니라는 사법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인정하더라도 결코 그 아량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가 에버랜드 사건을 무죄판결하고 이 사건마저 형식적 논리조작을 통해 평가액을 하향산정함으로써 면소판결했던 것은 삼성그룹을 초법적 권력으로 인정하고, 시장질서와 사법정의를 그 아래 무릎 꿇린 굴욕적인 야합이었다.

7. 이제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사법부는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단죄함으로써 스스로의 권위를 확인할 마지막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판단할 SDS 가액은 이제 사법부 권위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바로미터가 되었다.

재판부가 객관적인 적정가액 산정 및 배임액수 판단을 통해 1심 재판부의 오류와 무원칙을 바로잡고, 추상같은 판단을 통해 바닥까지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9.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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