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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결과와

대법원 13인의 입장발표에 대한 우리의 입장

 

 

법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1.22.자 조사결과 발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리스트의 대상도, 작성주체도, 그 기획자와 명령자도 모두 법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정원이 선거개입과 특수활동비 제공을 통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사냥개가 되었듯이, 법원행정처 역시 블랙리스트를 통한 법관동향 파악과 감시를 실시해 제왕적 대법원장의 충견이 되어버렸음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보고서에 대한 대법원의 반응이었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여한 입장문에서 대법관들이 보인 주요한 반응은 외압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에서 한참을 벗어난 이 같은 반응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진리로 받아들이고 재판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속설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지를 웅변한다. 문제의 핵심은 외압의 유무가 아니라 법원의 범죄적 행태 그 자체였는데, 외압이 아닌 법원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어떤 잘못도, 설사 그것이 범죄라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없고 되지도 않는다는 자아도취와 아전인수의 결정판을 여기서 보게 된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범죄행각을 옹호하는 대법관들은 즉각 퇴진하라.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2인의 대법관조차도 이러한 반응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은, 이것이 정치적 성향이나 철학적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법관직 자체의 문제로 봐야 함을 말해준다.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제목이 이처럼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 그리고 너무나 분명하게 와 닿는다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지난해 8월 퇴임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하여,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탄핵소추가 발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그 준비를 모색했던 적이 있다. 양승태가 이끄는 사법부가 이명박근혜두 차례의 정권을 거치면서 엄청난 사법 폐해를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이며 반민주적인 숱한 판결을 양산한 대법원의 수장 양승태가 곱게 임기를 마치도록 놔둔다면 정치의 사법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오늘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태가 겹치고 정치 일정이 숨가쁘게 전개되면서 우리의 기획은 그야말로 기획에 그쳤고 양승태는 명예롭게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랄까 새옹지마랄까 양승태에 대한 탄핵소추 기획이 불발에 그쳤던 것은 오히려 양승태 1인이 아닌 대법원 전체, 나아가 그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법 자체의 혁파가 절체절명의 요구로 다가오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바로 이번 법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결과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인식 아래 우리는 이번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첫째, 법관 블랙리스트는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명제가 엄청난 허구였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자신의 판결 성향이 파악 보고되고 동향이 감시당하는, 또 그렇게 느끼는 법관들이 독립된 지위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재판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 전체가 상명하복과 감시통제로 점철된 철저한 관료조직으로 전락했고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는 요청은 실현불가능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헌법과 법률은 대법원을 비롯한 상급법원의 지시와 보이지 않는 손의 통제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고 오로지 사적 이익과 자리보전의 욕망만이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횡행하는 곳이 사법부였음이 파멸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셋째, 가재는 게 편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사실을 이토록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명백한 범죄행각을 외압 운운으로 뒤덮으려는 시도는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사법부를 지배하는 것이 조폭의 의리 논리에 지나지 않음을 에누리 없이 증명하였다. 법관 블랙리스트사건의 성격과 그 배후인 사법부의 본질이 이런 것이라면 이제 우리는 그 해체, 아니 파괴를 명령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요구한다.

 

첫째, 법관블랙리스트 사건의 중대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의미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던 모든 대법관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우리는 사과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사과가 이루어진다한들 그 진정성을 조금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퇴진만이 정답이다.

 

둘째, 양승태와 같은 썩어빠진 법관과 이를 방조하고 묵인한 대법관들이 이끌어온 법관인사를 우리는 도무지 신뢰할 수 없으며 최소한 고위법관에 대해서는 민주적 법치사법의 관점에서 전면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이른바 고위법관들도 이 문제에 대하여 자유로울 수 없다. 작금의 사태에 대하여 책임지는 법관이라고 한다면 썩어빠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에 기인한 보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사법부의 대혁신 없이는 진정한 사법정의는 허울임을 명심하고 사법부의 혁신을 가져올 새로운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판사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

 

셋째, 70년대 이후 수차례의 사법파동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내부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한 일반법관들도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법파동은 전국법관회의의 소집으로 이어졌으나 그 결과는 언제나 용두사미였고 꼬리자르기로 끝났던 바 개개 법관들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960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과 80년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876월항쟁에서 보듯이 참으로 많은 국민들이 훨씬 더 엄혹했던 독재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것을 무색하게 만들기나 하려는 듯, 우리 법관들은 법관이라는 그 알량한 직의 상실이 두려워 언제나 결정적 순간에 물러서기를 반복해왔고, 결국 그러한 주저와 비겁이 오늘날의 사법부를 낳았기 때문이다.

 

넷째, 법관 블랙리스트를 기획 명령함으로써 헌법 파괴를 자행한 전 대법원장 양승태를 헌법과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하라. 한 사회의 분쟁 해결이 궁극적으로 사법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주체인 법관을 비밀정보기관을 방불케하는 감시와 통제 아래 두는 것은 공정한 재판의 확보를 위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로서, 가히 사법내란이라 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법관과 고위법관이 물러나고 사법부 구성원들이 국민 앞에 사죄를 한다 한들,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재발을 방지할 제도적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일회성의 보여주기식 미봉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에 이 땅의 법과 법현실을 해석하는데 머물지 않고 변혁하는데까지 나아가겠다고 다짐해왔던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들은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공선제의 전면 도입, 법관에 대한 정기적 국민평가제도의 수립 시행,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요구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법부의 파탄이 궁극적으로 대법원장 1인의 제왕적 권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우리의 진단인 만큼 대법원장의 대법관임명제청권 폐지와 개방적인 대법관 자격기준의 정립이 헌법개정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법관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즉시 이루어져야할 사항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 법관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국회는 즉각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라

 

법관블랙리스트는 공정한 재판을 불가능하게 하여 사법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인만큼 그 책임을 대법원에 국한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직접 범죄행각을 자행한 법원행정처와 그 소속 법관들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이다. 비록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많은 것을 밝혀내긴 했지만 여전히 이 사건의 전모는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 과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것은 국회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사법비리의 더러운 실체가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 국정조사 후 위법행위가 밝혀진 법관은 즉각 탄핵되고 파면되어야 한다.

 

국정조사의 결과 법관들의 위험 위법행위가 밝혀지게 되면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재의 파면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조치이다. 아무리 강력한 신분보장을 받는 법관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 위반을 자행할 경우에는 결코 사법권 독립이란 구호 뒤에 숨을 수 없음을 국민의 이름으로 천명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정당한 이런 요구들이 수용되어 사법혁신이 완성될 때까지 우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사법의 민주화와 신뢰받는 법원을 갈망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시민들께, 우리의 이 같은 투쟁에 함께 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굳건한 연대와 강고한 투쟁으로 기필코 민주사법을 쟁취하여 이를 새로운 민주공화국 수립의 밑거름으로 삼자.

 

 

2018126

 

민 주 주 의 법 학 연 구 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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