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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8256
2006.11.07 (11:13:06)
http://cafe.daum.net/cjs2470389
소설이 죽어가는 시대에 제대로 된 소설을 쓰자.
추천 64 | 조회 34078 | 스크랩 13 | 꼬리말 23
글쓴이 : 방영주

전혀 엉뚱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게임방(노름방)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이 철퇴를 맞는 듯했다.
총리가 사과하고, 대통령까지 사과했다.
문화관광부 국장과 게임협회 회장이 구속되었다.
정부는 몇몇 희생양을 제단에 올렸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요식행위로 대충 무마하고 뒷전이다.
오히려 권력층의 진로개척병 노릇을 충실히 하는 방송에서는
이제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가며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그러자마자 문을 닫았던 게임방에 PC 게임방까지 가세하여
간판불을 훤히 밝히거나 문을 열어놓은 채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속이 부글거린다.
그러며 생각한다.
정말 구속된 사람들만 죄가 있는 것일까?
피라미 몇 마리만 구속된 것은 아닐까?
아직도 그 검은 뒷거래가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픔이
있어도 도려낼 부분은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고름이 살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노름하고, 먹고, 마시고, 거시기에 미쳐 체액을 못 빼내 안달이고,
소리 지르고, 축구나 야구에 목 매달고,
몸매 가꾸고, 해외 나들이, 명품 사재기,
먹을 것을 찾아 전국을 헤매기,
얼굴 뜯어 고치고, 형이하학적인 곳에
온 정신과 체력을 소모하고 있다.
누가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정치인과 협잡한 경제인, 방송인 등 사회 지도층과 그 가족들이
앞장서 이 상황으로 만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말이 맑다는 속담도 있다.
사회 지도층이 이 지경이니 그 밑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우리의 가치관은
무슨 짓이라도 해서 돈을 만들고 부자가 되어
말초적 감각만 만족시키며 사는 것이 지상 최고의 덕으로 되었다.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라, 짐승들이 모여 사는 것만 같다.
그래서 연일 전대 미문의 흉악한 범죄들과 조우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인생의 고뇌와 깊이를 담은 순수문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 핵이 소설이다.
소설은 인생의 고뇌와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과 함께 고뇌하고 인생의
깊이를 생각하며 하나가 된다. 이것을 동일시라고 한다.
동일시에 의하여 독자는 새로운 자아를 터득하여 가는 것이다.
헌데 요즘 권위 있는 상을 받는 작품마저도 음란물이나
드라마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요즘 대부분의 상이 로비나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상업성마저 가미된 것이다.
언젠가는 상를 받은 사실이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세상이 올 것이다.
문학을 이끌어가는 사람들마저도 타락하고 상업화하여 문학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어떤 범죄보다도 질이 나쁜 것이다. 차라리 사기나 강도짓이 낫다.
그것은 누구나 나쁜 것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정신을 파먹으며 인간답지 못한 곳으로 오도하여 가는
이 신종 범죄는 교묘하여 일반 독자는 잘 눈치채지 못하고
옳은 것인냥 착각하며 나라를 온통 천박하게 만들며 온갖 부조리함과
결탁하게 만든다. 하여, 나라를 송두리채 썩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른다. 태양의 소중함도 모른다.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생물은 없어지고 만다.
심지어는 무더운 여름날 태양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까지 있을 것이다.
그 태양이 사라지면 이 지구는 끝장이다.
소설도 그렇다.
우리 정신에 정말 필요한 자양분이지만,
사회가 그렇게 경박하게 돌아가니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소설을
읽지 않으려고 한다. 때문에 쓰지도 안으려고 한다.
상업성과 협잡한 소설이나 함량미달의 작품만이 넘쳐난다.
복잡하고 어려운 인생 문제를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 시대성과 관계가 있다.
이러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공기가 사라지고, 태양이 없어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 정신의 공기가 오염되고 정신의 타락한 오존층에 태양이 사라져가고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금 어려운 소설을 써도 누가 읽지 않는다고 한탄하지 말자.
그래도 열심히 쓰자.
언젠가 공기나 태양의 중요성을 알고
아무 소득도 없이 열심히 소설을 쓴 사람들을 존경하는
시대가 언젠가는 꼭 올 것이다.
그래, 이런 시대일수록 사명감을 가지고
고뇌하면서, 배가 고프면서, 인정 받지 못하면서, 외롭고 쓸쓸하면서도,
정말 좋은 작품을 쓰려고 혼신의 힘을 모으자.
언젠가 후세에 가서 그런 사람들이 정말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릴 날이 꼭 올 것이다.
소설가들이여, 힘을 내자. 아자!!

*** 사실 이 글은 흐트러지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다음 카페, "작가 방영주 펜클럽 카페"
(소설가의 방) http://cafe.daum.net/cjs2470389 에서

시인/ 소설가 방영주의 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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