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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146
2018.06.08 (00:14:32)

김종서 교수님께서 6월 5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대법원의 헌정유린 규탄 및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하신 내용이 오마이뉴스에 기고로 실린 글입니다.

원래 글의 제목은 "주권자의 힘으로 사법을 민주화하자!"였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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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5일 발표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판사들에 대한 사찰 의혹 사건, 소위 판사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3차 조사보고서였지만, 그 내용은 사찰을 넘어서는 사법농단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양승태와 그 추종자들은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판을,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목표의 달성을 위한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악용하였고, 그럼으로써 법원에 대한 신뢰,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공정한 재판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마지막 피난처이고, 법원 등 사법기관을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양승태와 그 일당의 사법농단에 의하여 공정한 재판과 독립적 법원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말았으니, 이는 폭동만 없었을 뿐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 가히 사법내란이라 할 만합니다. 법을 통해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의 법연구자로서, 법의 존재근거 자체를 뿌리째 흔들어버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는 오늘 양승태와 그 일당들을 공개적으로 고발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이 고발을 검찰에 제출하는 것도 대통령에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이 고발을 접수할 자격과 권능은 오로지 주권국민에게만 있습니다.

 

양승태 일당이 범한 가장 큰 죄는 ‘민주공화국파괴죄’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조직원리는 권력분립인데 권력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권의 생명은 독립성과 중립성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지는 공정한 재판입니다. 그런데 양승태 일당은 이토록 중요한 공정한 재판을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전락시킴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생명으로 하는 권력분립을 형해화시켜 마침내 민주공화국을 파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형법 등 어떤 법률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지만 우리 헌법이 선언한 국가공동체를 부정한 것이기에 어떤 실정법상의 범죄보다 무거운 것입니다.

 

양승태 일당이 저지는 또 다른 범죄는 법살, 즉 사법을 통한 살인입니다. 그가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은 대부분의 재판은 법원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재판에서 양승태의 대법원은 터무니없는 논리를 내세워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림으로써 많은 이들을 실제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입니다. 

 

양승태 일당은 청와대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참교육의 터전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로써 교사들과 그 조직체의 시민적 삶을 파괴했습니다. 탄핵된 박근혜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가경제발전을 내세운 기괴한 판결들로 노동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습니다. 조작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한 정리해고도 유효하다는 쌍용자동차 파기환송판결은 잠시 멈추었던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다시 시작되게 만들었고, KTX 승무원 정리해고에 대한 항소심 판결 번복은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마침내 한 엄마가 세 살 아기를 남겨둔 채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법을 통한 살인, 즉 법살(法殺)이고, 재판을 빙자한 살인, 즉 사법살인입니다. 누구도 믿지 않는 신의칙을 내세워 노동자들에게서 38조원의 미지급임금을 강탈한 통상임금 판결은 ‘사법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양승태 일당이 범한 또 다른 중죄는 ‘국가범죄옹호죄’입니다. 노동사건에서는 이토록 철저하게 반노동자적 태도를 보였던 양승태 대법원은 국가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이율배반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긴급조치는 위헌이라면서도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은 부정했고, 고문과 조작에 의한 국가범죄의 피해자들이 수십년의 싸움 끝에 얻어낸 국가배상조차 터무니없는 이유로 보상액을 축소하거나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는 등 과거사정리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국정원장 원세훈의 선거개입에 대해서는 대법관 13인의 만장일치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항소심 파기로 답하는가 하면, 18대 대선 직후 제기된 선거무효소송은 부당거래를 위한 최후의 히든카드로 4년이나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을 가능하게 했으면서도 탄핵 직후 소의 이익이 없다며 슬그머니 각하해버리는 파렴치함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사법내란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재판은 개판이 되었으며, 독립의 화신처럼 행세하던 법관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꼭두각시, 법원행정처의 자동인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심각한 사법농단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누구에게도 형사책임이나 징계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특별조사단의 태도는 국민들의 또 다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무지와 시대착오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딴 세상에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양승태나 법원행정처장을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흥정거리로 전락해버린 재판에 대해 재심을 요구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런 사법농단과 사법살인의 해결을 더 이상 그들에게 맡겨두면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한 부정한 권력자를 퇴출시키고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나라살림을 거덜내고 국토를 황폐화시킨 그 전의 사악한 권력자도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원세훈 재판에 외부 개입은 없었다던 대법관 13명의 입장 발표에 대한 화답시에서 김주대 시인은 우리의 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가, 주권국민이, 촛불시민이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사법농단을 넘어선 사법내란의 해결은, 우리 주권자의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사법의 전면개혁, 사법의 민주화를 위하여 다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2018년 6월 5일

 

양심과인권-나무 공동대표, 교수노조 대전충남지부 전 지부장, 배재대 공무원법학과 교수

 

김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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