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2015년 3월 3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임대주택법 개악을 우려한다
이은희(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필자는 1990년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임대차법을 전공으로 선택하였다. 주택임차인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 1989년말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주택임대차의 최단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는데, 이를 기화로 많은 임대인들이 임차보증금을 대폭 인상하였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이 자살을 하는 일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최단기간을 연장하였지만 임대료에 대한 규제가 병행되지 않았기에 그런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주택임대료에 대한 규제는 임대주택법 제20조 제1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즉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최초의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초과할 수 없다(임대주택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공공건설임대주택이란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으로 건설한 임대주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부문에서 건설하더라도 국민주택기금에서 건설자금을 융자받거나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건설하면 공공건설임대주택이다. 그래서 가령 주식회사 부영이 지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임차인들은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는 이러한 임대료 규제를 없앰으로써 임대주택 건설을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임대주택법을 없애고 이를 대체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안이, ‘임대주택법 전부개정법률안’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동안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라고 광고하던 정부가 임대주택 건설을 늘리겠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많아져도 그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감당할 만한 임대료가 아니라면, 미분양 아파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임대주택법이 임대료를 규제하는 근거는 임대사업자가 공적 지원을 받는다는 데 있다. 그런데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안은 임대사업자가 받는 각종 지원에 비해 매우 약한 부담만을 지도록 마련되어 있다. 즉 주택도시기금 등의 재원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조세감면 및 택지 우선공급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음(안 제4조 및 제18조)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자격, 최초임대료, 담보권설정에 대한 제한은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안 제40조). 그래서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New Stay라고도 부르며 홍보하는 기업형 민간임대의 장점은, 임차인이 임차주택에 8년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최단기간이 2년인데 무려 8년이라니 하면서 대단한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임대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임대아파트도 5년 또는 10년의 임대차기간이 보장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들 아파트에 사는 임차인들은 임대료 연체 등만 하지 않았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어 다시 2년, 또 다시 2년을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대주택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보다 강한 임차인 보호장치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보호가 주어지는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에는 이러한 임차인 선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누가 사든 아파트를 많이 짓고 보자던 주택공급정책을 이제 임대주택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주거권 보장이라는 목적을 잊고 주택 건설이라는 수단을 위해 매진하는 우는 이제 그만 범하였으면 좋겠다.
필자는 종래 임대주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임대료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더 많은 임차인들에게 적용하자고 주장하여 왔다. 그 정도는 보호해야 임차인 보호라고 할 수 있고,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임대주택법의 적용범위를 더욱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다시 말하면 임차인보호를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으니, 정녕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임차인을 위한 사업인지 의심스럽다. 며칠 전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서 ‘주거기본법’안을 마련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거권 보장을 내세운 국회가 임대주택법을 개악하는 일을 부디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