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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1. 지난 6월 14일 발표된 검찰의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 수사결과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앞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를 확인하고도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전에 흘린 것은 청와대와 법무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두 명 외에 정치공작에 개입한 모든 국정원 직원을 기소유예로 처리하여 면죄부를 줄 것이라고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비밀정보기관의 정치공작이라는 국기를 문란케 한 심각한 범죄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한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하지 않은 이번 결정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어떠한 불법행위라도 지시를 받은 대로 따른다면 상관이 다 짊어지고 불법행위를 직접 한 부하직원들은 보호해줄 수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기소유예의 이유였는데, 그렇다면 조직폭력배들은 왜 말단 조직원까지 구속하고 처벌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직폭력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가 국민들에게 끼치는 폐해가 심각한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다. 국가조직인 국정원의 잘못된 상명하복 문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것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에 면죄부를 주게 된 것이라면 일반상식을 가진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며 용납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검찰은 적반하장으로 이 심각한 상황을 외부에 알린 이를 비밀유출이라며 기소했다. 권력기관의 잘못을 바로잡을 유일한 방법인 내부고발과 자료제공을 검찰이 단속하고 나선 셈이다. 결국 정치공작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은 더 커졌고, 이를 바로잡을 내부고발자가 나설 가능성은 더 적어졌다.

그뿐이 아니다. 검찰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진실을 은폐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으로만 기소하였을 뿐이지 김 전 청장의 지휘를 받아 적극적으로 진실은폐에 가담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수사과장, 수사계장, 그리고 디지털증거분석관들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정보원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바 있는 우리들은,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이들, 그리고 아예 처벌여부도 밝히지 않은 경찰관들도 즉시 기소할 것을 요구한다.

 

 

2. 더 나아가 원세훈 전 원장이 혼자 기획 및 주도한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당시 원세훈 전 원장은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자주 했다고 알려진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조사해야 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진실은폐와 수사방해 행위도 그 혼자서 기획 및 주도한 일인지 의심된다. 선거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안인 만큼 당시 집권세력과의 긴밀한 연락과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은 이번 수사가 미흡했다고 비판받아 충분한 것이다.

또한 검찰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례들을 밝혔으나, 그것이 국정원의 불법행위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보다 더 많은 국내정치개입과 권한 남용 행위들이 있었다고 본다.

그 예로 2009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폭로한 바 있는 ‘아름다운 가게’와 협력사업을 하던 기업체와 기관들에 대한 압력행사, 2010년 한국을 방한해 인권실태를 조사하던 UN 의사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사찰, 2010년 세종시 원안 수정에 반대하는 연기군의 군 의원과 농협조합장 등에 대한 국정원 직원의 회유 등 국정원의 직권남용 행위들의 전모가 다 밝혀지지도 않았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이런 내용까지 확인되지는 않았기에,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국회든, 특검을 통해서든 꼭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전까지 끈질겼던 청와대와 법무부의 수사간섭의 전모도 분명히 밝혀야 하며, 이미 부당하게 간섭하고 수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킨 법무부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화요일인 6월 11일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언론인터뷰를 비롯해, 수사결과 발표 후에도 검찰 내부의 이견은 없었다는 검사들의 인터뷰 기사가 보여주듯이, 검찰 내부의 의견차이 때문이 아니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수사결론 지연과 방해가 극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부당한 수사간섭 전화 여부도 간과할 수 없다. 법무부장관과 청와대의 부당한 수사간섭의 전모를 밝히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 수사에서 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의 진상도 추가로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요구하고, 부당한 수사간섭의 전모 규명과 함께 이들에 대한 책임추궁을 요구한다.

 

 

3.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보여주고 있는 새누리당을 비롯한 청와대의 태도는 더 문제다.

처벌해야 할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를 통해 원세훈 원장 시절의 국가정보원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국익을 위한 정보기관이 아니라 정권수호대 역할을 한 것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삭제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검찰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다. 아울러 검찰에 앞서 수사를 한 경찰에서는 서울경찰청장의 지휘아래, 수서경찰서의 정상적인 수사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엉터리 내용으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자기 반성을 하는 경찰관들이 나오는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새누리당에서도 국정원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한 방책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또한 경찰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정원의 잘못에 대해 한마디 지적도 없이 여전히 야당의 정치공세, 혹세무민이라고 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이어, 정치권이 나서서 국정조사를 실시해 검찰이 다 조사하지 않은 부분, 즉 국정원의 정치개입 실태 전면을 조사하고 또 재발방지대책을 파악하는 국정조사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일부 사건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매우 지엽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정보원은 행정부 소속 기관이며 그 운영의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있다.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해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방관하는 것은 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현 정부는 전임 정부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정부와 대통령의 최소한의 책무인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TV토론을 통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다거나, "불쌍한 여직원, 결국 무죄인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고, 모두가 기억하듯이 경찰은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밤 11시에 갑자기 '국정원 김씨는 무혐의'라는 엉터리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과 경찰의 위법성이 드러난 현재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의 발언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해명도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당시 발언에 대한 사과를 비롯한 책임있는 입장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이번 사건들은 국가기관 중에서도 국정원과 경찰이라는 기본적인 권력기관이 민주주의와 헌법을 짓밟은 일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따위로 주판알 튕기듯이 계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건의 의미를 왜곡하고, 정치공세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새누리당을 규탄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도 규탄한다.

 

4. 박원순 서울시장에 관련된 공작기획 문건을 포함하여 추가 수사가 남아있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수사결과도 끝까지 지켜보아야겠지만 앞서 말한 국정원의 불법행위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는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건초기 여야가 검찰의 수사발표 이후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은 애초에 합의된 국정조사도 없었던 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회의 역할, 정치권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행정부에 속한 국가기관의 감시는 국회의 주요한 사명이며 정부의 비밀정보기관이 국기를 문란하게 한 정치공작사건은 국회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여야를 따지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수사결과가 매우 부실하지만 국정원이 국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서 기관이 보유한 권한과 역량을 집중하고, 법을 어겨가며 노력한 것은 분명히 확인되었다. 비밀기관이 그 조직의 수장 한 명의 의지에 따라 본연의 임무가 아닌 정권수호대의 역할을 했음이 확인되었다.

이번 처벌로 어느 정도의 경각심은 가지게 되겠지만,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것인 만큼, 제도적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이명박-원세훈의 국정원을 또 다른 대통령과 그의 신임을 받은 국정원장의 체제로 바꾸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치공작의 반복의 가능성에 국민과 사회를 내버려두는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할 수 있는 고도의 개혁이 없이는 이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고, 여야 각 정당과 대통령, 그리고 정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201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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