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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784
2008.06.23 (15:14:59)
"<PD수첩> 고소한 정운천 장관, 그렇게 떳떳한가?"
[송기호 칼럼]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등록일자 : 2008년 06 월 21 일 (토) 12 : 51   
 

  농림부가 어제 <PD수첩>의 PD들을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농업이나 통상법 밖의 다른 법률 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삼갔지만, 농림부의 <PD수첩> 형사 고소에 대해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민주적 기본질서 위에 서 있다. 헌법학은 국가에서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민주적 기본질서의 한 내용으로 파악한다(김철수, <헌법학 개론>).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은 신문, 방송, 인터넷과 같은 통신 매체를 통하여 비로소 가능하다.
  
  그래서 짚어볼 법률적 쟁점의 하나가, <PD수첩>을 형사 고소한 주체, 곧 고소인이 정운천 장관 개인인가, 아니면 국가 기관으로서의 농림부인가하는 점이다. 만일 정운천 장관 개인이 자신의 개인적 명예 훼손을 이유로 고소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의 개인적 자유이다.
  
  그러나 만일 보도대로, 국가기관으로서의 농림부가 <PD수첩>의 PD들을 형사 고소했다면 이는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공권력의 남용이며,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도대체 농림부의 어떤 명예가 <PD수첩> 에 의해 훼손되었단 말인가? 내가 볼 때는 농림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할 쪽은 오히려 정운천 장관이다. 오죽했으면, 협상 결과에 대해 자괴감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농림부의 공무원들이 나왔겠는가?
  
  농림부에는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대다수 농업 분야 공무원의 환경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거칠다. 그리고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고 이승희 씨 같은 분은 2005년 겨울, 종자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덮친 폭설을 치우다 사망했다. <PD수첩>은 이런 분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
  
  도대체 <PD수첩>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농림부라고 했을 때, 이 농림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도대체 누구의 농림부인가? 농림부는 결코 정운천 장관이나 민동석 차관보 개인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나는 농림부라는 국가 기관이 <PD수첩>의 PD들로부터 무슨 피해를 보았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상 범죄로 인한 피해자만이 본래의 고소권자이다. 농림부는 고소권자라 할 수 없고, 농림부의 형사 고소는 무효라고 본다.
  
  같은 법적 쟁점으로서, 과연 농림부와 같은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헌법학에서는 각국의 헌법과 법제에 따라서도 다소 상이한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 자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박선영,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의 법리', <서울대학교 법학>, 제42권).
  
  왜냐하면 박선영 교수가 위 논문에 밝혔듯이, 정부에 대한 비판이야말로 바로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자유토론의 핵심 영역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위 논문에서 독일헌법재판소의 판례(BVerfGE 93, 266)를 소개하고 있다. 한 독일 대학생이 나토 군의 군사 작전을 비판하면서, "군인은 살인자"라는 현수막을 건 사건에서 독일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은 '개인적 명예'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인격권의 주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농림부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부 활동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므로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국가 기관 자체가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 고소하는 것 자체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기관은 개인이 아니며, 다른 대안도 보장되어 있다. 국가기관의 반론 정정보도 청구권과 심판 청구권은 대법원도 보장하고 있다.
  
  이런데도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아야 할 국가 기관이 자신을 비판한 언론기관의 종사자들을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더구나 <PD수첩>의 방송 내용은 사실이다. <PD수첩>이 미국 여성 빈센트의 인간 광우병 의심 증세 사망을 방송하기 20여일 전인 4월 7일, 미국 ABC 방송국의 지방 계열사인 WVEC TV는 이를 다음과 같이 방송했다.
  
  "스무 두 살 여성의 죽음이 임박했는데, 가족들은 담당 의사들은 인간광우병이 원인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A 22-year-old Portsmouth woman is close to dying, and family says doctors believe the human equivalent of Mad Cow Disease could be the reason)."
  
  농림부는 빈센트의 어머니가 인터뷰에서 딸의 사인을 'CJD'라고 말한 것을 <PD수첩>이 'vCJD'로 잘못 번역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 미국 방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머니가 생각하고 있던 사인이 'vCJD'였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건 당국이 빈센트를 부검한 사실 자체가 바로 인간광우병 의심을 뒷받침한다. 어머니가 'sCJD'니 'vCJD'이니 하는 전문용어를 구별해서 정확히 사용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PD수첩>의 번역은 정당한 의역이다.
  
  언젠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 기자실 폐쇄가 언론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강력히 저항했던 언론인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권한다. 농림부의 <PD수첩> 형사 고소를 묵과하지 말라. 그것은 기자실 폐쇄 이상이다.

송기호/변호사·조선대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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