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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582
2008.06.23 (14: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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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시국 토론회 “정치 근본 변화 못이끈 6월항쟁 한계 넘어야”
최장집교수 개회사 -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요약)

1. 책임지지 않는 권위주의적 통치 행위가 원인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6월 민주항쟁에 비견될 만한 이정표적 사건이다. 한국 시민들의 의식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광범하고도 깊숙이 민주적 가치·규범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점에서 민주화는 시민 의식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동시에 체제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통령과 보수 정부는 국가 권력의 운영·정책결정 방식에 있어 권위주의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깊숙이 변화된 사회를 한편으로, 보수적 리더십이 갖는 민주주의에 대한 협애한 이해와 구시대적 통치 방식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양자 사이의 위태로우리만치 커다란 간극을 보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승리를 국민 통치의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이해한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좁게는 지지자, 넓게는 국민 전체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대의제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중 대표 선출과 통치의 위임을 내용으로 하는 ‘대표’의 원리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 수준은 높지만, 현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의 정도가 얕다. 책임의 원리는 평상시 통치의 방법과 정책 결정에 대한 민주적 과정의 실천,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정책 내용에 대해 상시적으로 국민 여론·의사에 반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통치 행위가 존재한다면, 군주나 독재자를 선출하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한다.

무책임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촛불정국의 직접적 원인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학자들이 그들의 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하고, 투표자들의 의사와 요구를 무시하면서 정책을 결정하고, 대통령 명령에 의존해 통치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촛불집회 정국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일방주의·권위주의적 결정 방식을 당연시해왔다.


2. 무력한 정당 대신 시민사회가 정부 견제

촛불집회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의 결과이고, 그러한 현상을 표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원인으로, 강력한 국가와 제도적으로 강력한 대통령이 허약한 입법부-허약한 정당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갖는 구조적 특성을 지적할 수 있다. 정당-의회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집행부에 아무런 견제력을 갖지 못하고, 정책 결정의 이니셔티브를 포함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익 집단을 포함하는 자율적 결사체들의 발전 수준 역시 매우 허약하다는 사실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시민 사회의 의사를 조직해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정당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정부나 시민사회에서 견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지 못하는 조건은 사실상의 권위주의를 의미한다.

참여연대 강당에서 16일 열린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긴급시국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이 촛불집회의 의미와 과제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촛불집회는 통치자 스스로의 공적 행위를 시민에 대해 책임지도록 강제·압박하는 반대와 견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에 확실하게 기여한 부분은 제도권 정치와 정당이 무력화되었을 때 시민사회 의사를 결집하고 항의를 조직해 권위주의적 권력행사·정책결정에 결정적 제약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과 대부분의 언론들은 대통령이 촛불집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심기가 어떤지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곤 한다. 그러나 심기를 살피는 것은 민주주의의 작동의 문제를 구시대적·권위주의적 문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민주주의 제도의 틀 속에 위치시켜, 독단적·권위주의적인 정책결정과 권력행사를 제약·견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민주주의의 제도들이 작동하지 않고,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허약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한 일종의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점에서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역할에도 운동만으로 민주주의를 수호, 발전시키는 일은 불충분하다. 현대민주주의는 대의제민주주의라는 점이 다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해 통치를 위임하는 체제다. 통치가 시민의 의사·요구에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 참여는 최대한 광범해야 한다. 시민의 삶의 조건을 반영하는 이익·요구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 결사체들을 통해 최대한 광범하게 정책 과정에 투입되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이 처리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운동에 대한 필요는 그 만큼 적어진다.

한국의 조건에서 운동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 운동은 대중의 의사 분출과 강렬한 에너지의 동원을 통해 강력한 권위주의적 권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에 대해 강력한 반대 조직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 대안을 형성하거나, 다른 이해 관계를 조정, 결정을 이끌어내기는 지난하다.

② 운동은 강력한 에너지 동원을 통해 단일 목표와 이슈를 성취하는 데는 유효한 반면, 이슈 간 중요성의 우선 순위를 위계적으로 배열하고, 정책의 추구를 일상화하는 것이 어렵다.

③ 정책 이슈를 운동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때, 이슈가 출현할 때마다 시민들은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정부 임기 내내 한국 민주주의는 국가와 운동간 충돌로 일관하게 된다.

④ 운동은 강렬한 열정이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고, 참여에는 많은 열정·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계층적 범위를 한정하는 경향이 존재,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⑤ 운동은 하나의 시민사회가 다른 시민사회의 동원을 불러들이는, ‘시민사회 대 시민사회’의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운동이 헤게모니를 불러들이게 될 때 위험스러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도정치 내에서 정당을 강화하는 데 무관심했던 결과, 반대편에서 파시즘을 불러들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촛불집회는 시위·운동을 통해 정치 체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하나의 정치관을 유발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 또는 ‘대통령소환제’의 요구 같은 현실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실현하려는 논리나 정조를 만들어낸다. 19세기 말 서구에서 보통선거권이 확대되었을 때 투표권을 ‘종이돌(paper stone)’에 비유했다. 혁명과 무력 사용을 통해 사회적 갈등·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이, 종이로 된 투표권의 행사로 대체되면서 평화적·제도적 방법으로 사회적 갈등을 처리하게 된 것을 압축한 표현이다. 촛불집회는 평화적 제도로서의 종이돌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 정치참여 확대하는 동력으로 작용해야

핵심은 촛불집회에서 발현된 긍정적 힘과 요소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다. 그 힘이 정당, 자율적 결사체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대표체계를 발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다. 앞에서 촛불집회를 민주주의제도의 허약한 발전 내지는 실패의 결과로 보았다. 그것의 핵심은 사회적 이해 관계가 폭넓게 대표되지 못하고, 참여 기반이 협애한 정치적 대표의 체제 즉 정당 체제의 문제다. 그러므로 촛불집회는 촛불이 꺼지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참여의 기반을 확대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치적 참여의 폭과 성격은 곧 한 사회 내 사회 경제적 이익 갈등의 해결 내용과 직결된다. 이는 한국 사회 최상층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는 현 이명박 정부의 인적 구성이 폭넓은 사회경제적 요구와 공익성을 대표할 수 없는가를 아울러 설명한다.

이번 촛불집회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시민들이 그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사회경제적 정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민주화 이후 정당들은 실생활 문제와 직결된 대안적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갖지 못했다. 참여 기반 확대는 참여로부터 소외된 사회세력의 대표성을 넓히고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제도 변화를 가져와야 했다는 측면에서, 앞선 6월항쟁이 남긴 유산은 그렇게 성공적인 것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오늘의 촛불집회가 참고해야 할 사례다. 촛불집회가 참여의 폭을 확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6월항쟁이 남긴 긍정적 유산의 목록에 더해질 것이다.

<최장집 교수|고려대·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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