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연구회 마당

시평

 

민주법연 회원들이 작성하는 시평입니다.
이 게시판은 RSS와 엮인글이 가능합니다.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 게시판은 최근에 변경된 순서로 정렬됩니다.
* 광고성 글은 바로 삭제되며,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글은 삭제 또는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될 수 있습니다.
글 수 194

9월 6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그만 두라

 

어제 무려 16시간이 넘도록 검찰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새벽 3시가 넘어 귀가시키고 오늘 다시 소환한 후 사전영장청구를 검토한다고 한다. 검찰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곽 교육감이 27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박명기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주었다고 밝힌 지도 열흘이 다 되어 가는데, 박명기 교수를 구속하고 강경선 교수를 체포하여 수사하고 수많은 선대본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였지만, 아직도 검찰은 흐릿한 정보를 흘리며 물타기를 하고 있을 뿐 곽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그러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박교수에게 건넨 2억원이 후보단일화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를 종합하더라도 곽 교육감이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금품의 지급을 합의했다는 증거는 없다. 합의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으니 검찰이 고작 내세우는 것이 왜 돈을 현금으로 제3자를 통해서, 그것도 여러 차례에 나누어 건넸는가 하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매우 그럴 듯한, 대가성을 보여주는 듯한 이러한 메시지는, 2억이라는 금액이 얼마나 큰 돈인지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무슨 대단한 재벌이 아닌 이상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2억원의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명기 교수가 빚에 시달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곽 교육감으로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을 2억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교수 생활 20년을 한 곽 교육감이 무슨 재주로 하루아침에 2억이라는 거액의 돈을 마련하겠는가? 급한대로 부인의 도움으로 몇천만원을 건네고, 그 후로는 스스로 정한 2억원이 될 때까지 수시로 여기저기서, 많은 지인들을 통해서 필요한 돈을 융통했을 것이다. 2억이라는 돈을 6차례에 걸쳐 나누어 지급했다는 것은, 검찰의 주장과는 반대로 그것이 박교수에게 선의로 돈을 건넸다는 곽 교육감의 고백을 잘 뒷받침하는, 급히(박교수가 죽는 일은 없도록) 돈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 보았을 너무나 상식적인 일일 것이다.

 

2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박교수에게 돈이 건네진 것은 선거법의 공소시효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었으니 법학교수 출신의 교육감으로서 예상되는 법위반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그 시한을 넘기는 것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시 2개월이 더 지나서 돈이 건네졌다는 것은, 곽 교육감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박교수의 사정이 긴급한 지점까지 다다랐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더 이상 외면한다면 박교수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어찌되었건 후보단일화를 통해서 대의에 동참했던 동료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이 급기야 2억원이라는 돈을 2월부터는 지급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곽 교육감의 선의를 부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제 검찰은 왜 그것을 계좌이체를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서 현금으로 건넸는지를 따질 것이다. 곽 교육감은 선거에 관여치 않았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부탁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돈을 건네기로 한 것은 곽 교육감의 결정이었지만, 박교수와의 모든 접촉과 돈 전달을 강 교수에게 맡겼다는 뜻이다. 돈의 전달자로서 검찰에서 이틀간 조사를 받았던, 곽 교육감의 가장 친한 친구 강경선 교수는 돈의 전달방식은 박교수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곽 교육감이 기왕에 박교수를 돕기로 결정했는데, 선의로 돕는 마당에, 박교수가 가장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전달해 줄 것을 원했고 강 교수가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이해된다. 돈이 현금으로 전달되었건 계좌이체로 전달되었건 그것 역시 대가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게다가 곽 교육감은 검찰이 1억3천만원이라고 주장하는 와중에, 스스로 그보다 훨씬 많은 2억원을 건넸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이 점이야말로 곽 교육감의 선의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선의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조금이라도 법 위반의 의심을 가졌다면, 어떻게 이처럼 밝혀지지 않은 돈까지 건넸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곽 교육감은 어제 검찰에 출두하면서 “전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였다. 이는 박교수에게 2억원을 주기로 한 바로 그 결정이 그야말로 선의였고, 곽 교육감의 양심의 결단이었음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이쯤해서 곽 교육감과 박교수 사이의 합의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난관에 부딪히게 된 검찰은 곽 교육감이 직접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선대본 관계자들 사이에는 합의가 있었다는 정보를 흘렸고, 그러한 합의가 사후에 곽 교육감에게 보고되었으니, 결국 그 돈은 합의의 대가로 건네진 것이라는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흘렸다는 정보에 따르면, 곽 교육감측 회계책임자가 이러한 사실을 곽 교육감에게 보고했을 때, 곽 교육감은 “기겁을 했다”고 했다. 이는 곽 교육감이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는 데 대해서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친구였던 회계책임자에 대해서도 강한 분노까지 표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곽 교육감이 그러한 합의 보고에 대해 그것을 용인했다면, 그가 취했을 태도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경위는 이렇다 하더라도 검찰이 내심 의도하고 있는 것은, 회계책임자가 일종의 합의를 박교수측과 했고 이 사실이 사후에라도 곽 교육감에 보고되었으며 그 이후에 건네진 돈이라면 합의의 대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일 터이다. 과연 그런가? 회계책임자가 한 합의를 곧바로 곽 교육감의 합의로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곽 교육감의 선의 여부가 회계책임자의 보고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 선대본의 누구라도 합의와 비슷한 것을 했다고 곽 교육감에게 한 마디라도 건넸다면 이후로는 곽 교육감의 모든 행위는 선의가 아니게 될 터인데, 세상에 이렇게 성립되는 인과관계가 어디에 있는가? 설령 회계책임자를 포함한 선대본 관계자들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박교수가 그간 이러한 합의를 전면적으로 또 명시적으로 거부해 온 곽 교육감의 직접적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합의로 믿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선대본 관계자들 사이의 합의란 것은 곽 교육감이 이에 대해 너무도 명확하게 반대의 의사를 밝혀 왔기 때문에, 곽 교육감에게 잘 이야기해 보겠다는 정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박교수와 곽 교육감 사이의 어떤 의견교환도 없었던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두고 ‘합의’, ‘대가’ 운운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검찰은 문제되는 2억원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아니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대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할 일은 분명하다. 영장청구가 아니라 곽 교육감을 무혐의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곽 교육감의 조사와 관련하여 그간에 검찰이 벌인 일들로 인하여 교육정책의 시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 데 대해 교육현장의 모든 이들과 서울 시민, 나아가 전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일이다. 구속된 박교수 역시 석방하고, 모든 사건을 종결해야 할 것이다. 무리한 수사가 있었음을 자인하고-그것이 수사기법상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변명 정도는 곁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곽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제대로 펼쳐질 수 있도록 기원한다는 언급을 덧붙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끝으로, 금태섭 변호사와 같은 잘 알려진 법률가가, 한겨레라는 지면을 통해서, 납득할 수 없는 근거로 곽 교육감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한 마디 덧붙여야겠다. 금태섭 변호사가 곽 교육감을 비판하는 이유는 “‘선의’로 동료를 돕다가 교육개혁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고, “그의 잘못으로 교육개혁이 후퇴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의 진실이나 선의가 교육개혁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보는 이유나 곽 교육감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는 밝히지 않는다. 그러니 그의 비판은 그저 검찰이 흘린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한, 근거없는 비판일 뿐이다. 그는 선의라고 하더라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서, “선거란 선거는 다 나가서 가산을 탕진한 교수를 돕는 일이,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중학교 수학을 선행학습 하는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을 위태롭게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말인가” 묻고 있다. 엄청난 비약이다. 곽 교육감은 결코, 자신의 선의가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을 위태롭게 만들어도 좋다고 생각했을 리 없고, 심지어 그것이 그 일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 하지도 않은 생각을 내세워, 그를 비판하는가? 나는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매진해 온 사람이 곽 교육감이라고 믿는다. 곽 교육감을 비판하려면 차라리 ‘나는 그의 선의를 믿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낫지, 그의 진실을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기자회견 직후 어느 신문보다도 빨리 곽 교육감의 사퇴를 주문하고 나섰던 경향과 한겨레의 태도이다. “전 인격을 걸” 만큼 소중했을 곽 교육감의 선의를 단번에 “구차한 변명”으로 폄하하고, “박교수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시인한 이상 더 이상의 정치적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단언하여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모든 노력을 일거에 차단시켜 버렸으며, “한 가닥의 기대와 신뢰마저 앗아갈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법정싸움을 통한 진상 규명이라는 최소한의 기본적 인권마저 부정하고,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즉각 사퇴하라고 하여 어떤 반론의 여지도 막아 버린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과연 그것이 진보정론지를 지향하는 신문들이 취할 태도인지 묻고 싶다. 혹여, 그것이 다가오는 서울시장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곽노현 잘라내기’는 아니었는지,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리라 본다.

2011.10.25 (13:38:39)
신옥주

너무 화가 난 이후의  깊은 절망감과 슬픔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서 화이팅!

(*.70.197.203)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174 no image 임대주택법 개악을 우려한다
이은희
196 2015-04-06
173 no image 주거의 안정
이은희
197 2014-12-10
172 정당해산 심판은 이미 사라진 냉전시대 반공주의의 극단 / 송기춘 파일
최관호
677 2014-08-07
171 no image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베니스위원회) 파일 [1]
김종서
10532 2013-11-13
170 남한은 서해를, 북한은 동해를 양보하자 / 정태욱
최관호
2581 2013-07-25
169 no image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 비판 파일 [1]
김종서
1935 2012-10-09
168 no image 곽 교육감 사건, 헌재 판단 기다리는 것이 순서다/김종서
김종서
1333 2012-08-27
Selected no image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그만 두라 / 김종서(9.6) [1]
김종서
2095 2011-09-08
166 no image 이승만 대통령의 유족들, 사죄투쟁? / 이재승
오길영
2952 2011-04-22
165 no image 중앙선관위에 바란다 / 김종서
김종서
3997 2010-05-16
164 no image 반(反)법치의 책임 / 김종서
김종서
3023 2010-05-16
163 법관평가제 정착을 위한 제언 / 이상수 / Web Magazine 시민과변호사 / 4월호 특별기고 파일
오길영
3382 2010-04-12
162 사형집행 재개,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이호중/ 경향신문, 2010.3.19자. 파일
오길영
3211 2010-03-26
161 [왜냐면] 장관이 징계이행 강제할 권한 없다 / 고영남 파일
김종서
4567 2009-11-05
160 no image [시론] 일사부재의 원칙의 사망선고 / 김승환
김종서
3680 2009-11-05
159 no image 헌법재판소의 민주주의 사망 선고에 대한 반론 / 김종서 / 중도일보 2009.10.30자.
오길영
4011 2009-10-30
158 no image 삼성판결에 대한 곽노현 교수 인터뷰/프레시안
김종서
4619 2009-06-02
157 no image 변호사시험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의견
김종서
4745 2009-05-14
156 정의 없는 평화도 존재하는가? / 서경석 회장의 프레시안 기고글
김종서
5176 2009-05-01
155 no image 신영철 대법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
김종서
4262 2009-04-23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