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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3486
2006.11.13 (19:01:43)

인도주의 원칙과 북인권  


정태욱  

최근 북인권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은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와 인권의 원리가 당연하게 생각되고, 지극히 정치적인 맥락에서조차 인권의 구호가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인권과 인도주의가 국제법의 원리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심지어 전쟁조차 국제관계에서 한 국가가 자신의 정책으로 당연히 감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고, 전쟁을 법적으로 규제한다는 생각은 비웃음을 사곤 했다.

인도주의 원칙이 국제법적 원리로 자리잡은 것은 인류 문명의 자랑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지난한 세계사의 과정 끝에 비로소 정립되었다는 사실은 인권과 인도주의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고 또 현실의 국제정치가 인권을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수상쩍은 일인가를 시사해 준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권력정치에서 인권과 인도주의의 깃발이 올려질 때 우리는 그 사명감에 들뜨기보다 그것의 역기능 혹은 오남용을 경계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르겠다.

인도주의의 원리가 국제적으로 승인되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국제적십자사(ICRC)가 견지해 온 기본 원칙들은 그러한 조심성과 신중성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 원칙들은 보통, 적이나 동지나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인류애, 어떠한 차별도 없이 구호의 필요에 따르는 불편부당성, 정치적 사회적 충돌에 가담하지 않는 중립성, 어떠한 구호의 대상자들도 거부하지 않는 보편성 등으로 얘기된다.

그러나 1990년대 들면서 이러한 고전적 인도주의는 '정의를 무시한 자비'에 불과하며, 인권적 재난을 오히려 지속시키는 데에 기여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적극적 개입의 권리를 주장하는 신(新) 인도주의가 대두하였다. 이들은 중립성의 원칙에 반대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편성의 원칙에 반대하여 인도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는 이들 혹은 정부에 대한 지원을 거부할 권리를 내세운다. 국경없는의사회(MSF) 회장인 오르빈스키가 1999년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비난의 자유'와 '거부의 윤리' 그리고 '간섭의 권리'를 주창한 것은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정부기구가 아니라 민간 인권단체들이 나름대로의 철학과 소신으로 일관되게 개입의 원칙을 지속하는 것은 그 단체들의 선택과 결정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며, 일관성 있는 원칙에 따르는 것인 한, 각 단체들의 다양한 인권적 개입들은 전체적으로 인류 인권의 신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사실 인권이 정치와 무관하다는 것은 진실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권이 정치에 의존하고 있으며, 차라리 정치가 인권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치가 인권을 대신할 수 없다. '정치의 문제에 인권으로 대항한다는 것'은 '정치문제를 정치로 교정한다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여기에 인권운동, 특히 국제관계에서의 인권적 개입의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며, 국제적십자사의 '소극적 인도주의'의 정신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국제적십자의 인도주의의 원리들이 비정치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엄밀하게 보면 거기에도 나름대로의 인권의 정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즉 '인권의 정치화'를 막음으로써 인권의 최소한을 지키고자 하는 '인권의 정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인권 문제를 분리해서 말하고, 심지어 인도적 지원이 북인권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신(新) 인도주의에 앞서 고전적 인도주의와 그에 내포된 정치적 덕목을 숙고해 볼 것을 권유한다.  



인권하루소식 제 2990 호 [입력] 2006년02월14일 1: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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