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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평가제 정착을 위한 제언

 

이상수 /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울지방변호사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현직 법관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에 전달했다. 아울러 우수법관 15명의 명단과 우수사례 그리고 문제사례를 언론에 공개했다. 법대 위의 근엄한 법관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문제사례에서 드러난 문제판사들의 행태들이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재판 중 공공연히 화를 내고 짜증을 내거나 고압적인 언사를 일삼는 법관이 있는가 하면 조정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기록을 읽지 않고 재판을 수행하기도 하는 등 낯뜨거운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변호사회의 법관평가는 바로 이러한 잘못된 행태를 시정해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국민이 서울변호사회의 법관평가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러한 뜻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관평가제도의 실시 이유
법관 개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사후적인 평가를 의미하는 법관평가가 개개 법관의 잘못된 행태를 교정하는 유력한 수단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법관평가를 실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행태의 교정을 포함하여 사법서비스의 질을 전반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법관평가는 근무평정과 달리 법원 외부의 평가를 반영하며, 징계제도와 달리 법관의 잘못된 행태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행태도 포착하여 계량화한다. 이러한 평가결과에 법관 개인의 미래가 영향 받는다고 할 때 법관에게 미치는 자극과 유인은 강력할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법관평가는 징계제도가 포착하지 못하는 예민한 차이도 포착해내며, 개개 법관에게 사법서비스의 개선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아무튼 서울변호사회의 자료에 나타난 심각한 문제사례들을 보았을 때 법관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법관평가제도의 도입은 필연적이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법관평가제도는 법관의 승진 · 배치 등 법관인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사법연수원의 기수와 성적에 따른 서열승진제도의 폐해가 극에 이르고 있고, 또 로스쿨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인사제도를 더 이상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법관평가제도를 도입 · 실시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겠다.

법관평가와 사법권독립
법관평가를 실시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제도가 사법권독립의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유력한 법관들은 법관평가가 사법권독립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폄하하고 좌초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에, 법관평가가 사법권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법관평가는 사법권독립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사법권독립이 법관의 판결내용에 대한 법관의 자주적 결정을 보장하는 원칙인 반면, 법관평가는 판결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관평가는 평가자가 판결의 결과에 동의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2009년 서울변호사회는 법관을 평가할 때 공정첨령성, 품위친절성, 직무성실성, 직무능력성, 신속적성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보듯이 그 어느 것도 판결의 내용을 문제삼고 있지 않다. 법관평가가 판결의 내용을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법관평가를 일상적으로 실시하는 미국에서도 확고하고도 명시적인 원칙으로 확립되어 있다. 법관평가는 판결에 이르는 과정만 문제삼기 때문에 법관평가제도 하에서 법관은 반사적으로 판결내용에 대한 불간섭을 보장받으며, 나아가 공정한 재판을 보장받는 효과를 갖는다. 이처럼 법관평가제 하에서 사법권독립이 침해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고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래로 법관평가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여 현재는 2/3이상의 주에서 법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30년의 경험은 많은 연구물을 산출하고 있는데, 지배적인 견해는 법관평가가 사법권독립을 침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또 법관평가를 받은 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법관평가가 사법권독립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법관평가가 사법권독립을 침해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론적 · 경험적으로 명백하다. 따라서 사법권독립에 대한 침해를 빌미로 법관평가를 회피하려는 기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오히려 최근 법관의 판결내용에 대한 부당한 간섭사례를 볼 때, 법관평가를 조속히 도입하여 법관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자신있는 판결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긴요해보인다.

독립적인 법관평가기구
마지막으로 법관평가제도의 실시와 관련하여 독립적인 법관평가기구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법관을 매 3년마다 한 번씩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매년 700명 이상의 법관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이 적지 않다. 게다가 본격적인 평가는 단순히 변호사에게 보내는 설문지 방식에 한정하지 않고, 사건당사자, 증인, 법집행공무원, 법원직원, 다른 법관 등에 의한 평가를 포함한다. 또 설문지 방식에 한정하지 않고, 법정관찰, 판결문 등 문서의 평가, 법관의 업무에 관한 통계적 평가(예컨대 기각률), 징계사실 등을 포함한 다면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구에서는 공정성, 전문성,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겠지만, 법관과 비법조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필수적이다. 이 모든 일을 기획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고 배포하는 일은 반드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적 사업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국가가 주도하는 법관평가의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결국 국가의 지원을 받는 '독립적인' 법관평가기구의 설립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하겠다.

일단 법관평가기구가 설치되면 조속히 시험적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서울지역부터 우선 실시한다든지, 희망자부터 우선 실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준비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법관평가를 미루거나 준비가 미비한 채로 전면적으로 실시하여 법관평가를 좌초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전면적인 법관평가는 이루어져야 하고,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법관평가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서울변호사회의 법관평가가 갖는 역사적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서울변호사회는 법관평가를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본격적인 법관평가제도의 도입을 위한 강력한 압력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위에 거론한 독립적인 법관평가기구가 설립될 때까지 서울변호사회의 평가는 계속되어야 하고, 설립 이후에는 서울변호사회의 경험과 자료가 매우 유의미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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