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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4262
2009.04.23 (15:05:05)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프레시안, 2009. 4. 23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423122003&section=03

재판 관여는 '범죄'…국회는 신영철 탄핵하라

[기고] 신영철 대법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

지난 3월 16일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관여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 결과에서 신 대법관이 재판 진행이나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한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합헌 위헌 구별 없이 재판 진행을 독촉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낸 행위와 △촛불사건 피고인을 직권보석한 판사에게 휴대전화로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그것이다.

또 진상조사단은 촛불 사건의 배당과 관련해서는 "'배당 주관자의 임의성이 배제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배당 예규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회식에서 집시법과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자제해 달라고 발언"한 것과 "수석부장이 양형과 관련해 선고유예는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것은 '재판 관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조사 결과를 법적으로 평가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올리라고 지시했고, 현재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행 중에 있으며, 4월 20일과 21일에는 전국법관워크샵이 열렸다. 법관워크샵에서는 현 상황이 사법부의 위기라는 점에 대해서 인식을 공유하고 여러 가지 제도 개선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 '범죄'로 다스려야

그러나 나는 전국법관워크샵의 견해와는 달리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내용만을 근거로 하더라도 신 대법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 제101조가 법원의 독립을 규정하고, 제103조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법원・법관이 담당하는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신 대법관의 행위는 법관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결국 재판의 공정성을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 대법관의 재판간섭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위협으로 몰아가는 이상한 흐름도 존재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은 그 자체가 지고의 가치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기본권 실현에 이바지하는 한도내에서만 보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헌법의 규정태도로 볼 때,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어떤 행위가 가시화되었을 경우에는 더 이상 사법부의 독립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스스로를 변명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마련된 법관의 독립마저도 스스로 부정한 대법관이 존재하는 마당에, 누가 사법부를 신뢰할 것이며, 그러한 사법부에 대하여 어떻게 독립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신 대법관은 모든 법관들이 그토록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법관의 독립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관여를 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소속기관인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벌써 사퇴했어야 마땅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신 대법관의 재판관여 행위는 명백한 사법방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는 단순히 징계의 대상으로 거론될 성질이 아니라 범죄로서 단죄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물론 우리 형법에는 사법방해죄라는 범죄를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할 법원과 법관이 곧 대법관이 될 법원장에 의하여 재판의 절차진행이나 내용에 관하여 관여를 받았다는 사정이 명백히 드러났다면 '사법방해'가 존재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형법 제136조 제2항은 "공무원에 대하여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저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하고 있다. 신 대법관의 행위에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지만,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저지할 목적이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관료적 승진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법원인사체계하에서 법관에 대한 근무평정권을 가진 법원장의 한 마디는 개별 법관에게 협박 이상의 무게를 가지고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측면에서는 공무집행방해에 버금가는 것으로 보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신영철 대법관 모든 재판절차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되야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러한 사법방해를 저지른 당사자인 신 대법관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없이 태연히 대법원의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급기야 소송당사자에 의하여 기피 신청을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법원이 신 대법관을 촛불 사건의 재판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내 생각으로는 신 대법관은 모든 재판절차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되어야만 한다. 그는 이미 동료 법관의 재판에까지 관여할 정도로 공정성을 상실한 법관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내리는 어떤 판결도 국민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음은 명백하며, 어떤 국민도 대법원 판결의 공정성에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대법원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들인다는 것은 곧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사법체계 자체를 부인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히 사법의 위기가 아니라 사실상 사법의 붕괴라고 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법원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신뢰의 수준은 1996년 70%에서 2007년 48%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이제 오늘날의 사태를 야기한 신 대법관이 그대로 대법원에 머물게 된다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더 추락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사법체계의 작동 중단을 가져올 것이다. 사법체계의 붕괴는 이 시대를 법치가 아닌 자력구제의 시대로 몰아갈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21세기 한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신 대법관은 사법부의 미래, 아니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다.

법관과 법원의 인식 수준이 한심스럽다

한편 신 대법관 사태 이후 전개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법원과 법관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국민들의 것과는 너무나 다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이용훈 대법원장의 처신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법원장이라고 해서, 헌법이 강력한 신분보장을 제공하는 대법관을 강제로 사퇴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비롯한 기본권이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결과로부터 비롯되는 반사적 효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적어도 사법부가 기본권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이 저지른 있을 수 없는 재판 개입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질타했어야 한다. 아울러 같은 대법원의 구성원으로서 신 대법관의 사퇴를 진지하게 촉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예정에도 없던 전국법관워크샵에 참석해서까지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을 뿐 신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말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신 대법관 사퇴를 요구할 의사가 없음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참으로 절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재판 개입에 대해서 진상조사단은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보지 않을 여지도 있다"는 말인데, 너무도 명백한 사실 앞에서 애써 눈감고 싶어하는, 당장의 곤궁만을 면해 보고자 하는 법원의 무책임함을 절감하게 된다. 나아가 누가 보더라도 재판간섭임이 분명한 행위, 즉 "회식에서 집시법과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자제해 달라고 발언"한 것과 "수석부장이 양형과 관련해 선고유예는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것은 '재판 관여'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강변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나을 지경이다.

전국법관워크샵은 또 어떤가? 신 대법관 사태로 초래된 현재의 상황이 사법의 위기라고 하면서도 막상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 쟁점에 해당하는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한다. 어쩌면 법관워크샵의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신 대법관을 징계해야 하기 때문에 자진사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라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으며 최강의 징계처분이라고 해야 1년 이하의 정직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보면, 명백한 재판간섭을 바라보는 법관워크샵의 태도는 결국 자기 식구 감싸기로 볼 수밖에 없다. 기본권의 실현을 위한 기본권인 재판을 받을 권리가 경각에 달려 있고, 이에 따라 모든 기본권이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자기 식구의 잘못이 아무리 크더라도 법관들 스스로 그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는 일만은 피하겠다는 그들의 인식수준을 보면서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국회는 신영철 대법관 탄핵에 나서라

사실 신 대법관의 일련의 행위들은 우리 헌법이 정한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의 행위가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것에 해당함은 너무나 자명하며, 그 정도를 보더라도 재판에 대한 개입이라는 너무나 심각한 위헌・위법의 행위로써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치명적 위험을 초래하여 마침내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즉 신 대법관의 행위는 탄핵에 의하여 파면되어야 할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이다. 이제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는 신 대법관의 탄핵을 위한 절차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국회도 살고, 법원도 살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살 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체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법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국민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공권력의 남용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제어해야 할 법원이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미네르바에 대한 무죄판결은 그나마 아직 인권의 보호와 신장이라는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법관이 존재함을 보여주었지만, 사실 무죄가 선고된 미네르바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적부심과 보석신청을 기각했던 것 또한 법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에 대해 기꺼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주고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법원과 법관이 단 하나라도 존재하는 한 무절제한 공권력 남용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신 대법관과 같은 법관의 존재는 인권을 존중하고 공권력 남용을 제어하려는 정상적인 법관들의 설 자리조차 잃어버리게 만든다. 신 대법관의 즉각적인 사퇴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김종서 배재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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