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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1270
2003.05.09 (00:00:00)
중국에서 보내는 안부편지

  (김범준, 법학석사)



여러 가지로 걱정해 주시는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무사합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거리도 더욱 깨끗해졌고, 사람들도 많이 청결해졌습니다. 사스에 대한 긴장과 공포만 아니면 이전보다 지내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거의 모든 화장실에 액체비누가 마련되었고, 공공장소, 버스, 택시, 상점 할 것 없이 거의 매일 소독도 합니다. 중국 온 이후로 지금이 가장 깨끗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저도 물론 하루에 수십 번까지는 안 되도, 틈만 나면 손을 씻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며칠 전에 학교에서 유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마스크와 체온계가 나누어주었습니다. 거의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배려를 해주는 학교가 고맙습니다.

사스(중국에서는 非典型肺炎, 줄여서 非典이라고 합니다)가 미국이 퍼뜨린 세균전이라는 낭설은 저도 한국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터넷신문에서 대만기사를 인용하여 화학무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가 한번 나온 적이 있지만, 그 후로는 거의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고, 북경의 몇몇 대학 홈페이지bbs에 그런 주장이 몇번 있었지만, 거기에 혹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지금은 하루에 수백 건씩 올라오는 글 중에 그런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제가 몇 명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으나, 별 시답지 않은 얘기를 다 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언론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전반적인 여론 등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인터넷채팅이나 bbs를 통해 대학생들의 의식을 좀 들여다볼 수 있고, 또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무리하게 일반화되거나 확대 해석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스에 관해 토론되는 주된 내용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들인 것 같습니다. 주로 방역체계에 관한 것이지만, 어떤 신문기사는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글들도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통제에 대해서는 불만이 높습니다. 어떤 신문기사에서는 예컨대 미국의 이라크침략에 대해서는 매일 24시간 국제채널에서 방송해서 거의 모든 내용을 알 수 있었는데, 자국의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신문 방송 등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내용, 즉 정부에 대한, 특히 구정치세력(장쩌민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채팅과 bbs를 통해 생각보다 높습니다. 원래부터 장쩌민에 대한 풍자나 조소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직설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후진타오가 국가주석이자 공산당서기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공산당에 대한 지배력은 장쩌민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스로 인해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로 대표되는 신정치세력에 대해 중국인민들의 지지와 신임이 매우 높은 반면, 장쩌민과 쩡찡홍 부주석으로 대표되는 구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후진타오에게는 정치적으로 보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중국친구는 사스가 올해 발생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합니다. 만약 작년에 발생했다면 그나마 지금처럼 공개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저도 작년에 북경에 있었으니, 적극 동감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크게 드는 느낌은 정부가(지방정부로 내려오면 올수록 더욱) 너무 허둥대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너무 일사불란하고 어떤 때는 밑에서 너무 오버하고, 그런 것들에서 일반중국인들이 불만이 쌓이고, 회의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쌓여서 정치시스템에 더 크고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조금 자유로운 논조의 신문에는 이번 사건이 하나의 계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글이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중국언론에서의 기본적인 슬로건은, 이번 사건은 중화민족에게 닥친 새로운 시련이고, 인민들이 힘을 합쳐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라는 것입니다. 공산당 영도 하에서...

TV에서 인상깊었던 공익광고가 사스와의 전쟁에서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의료진들을 소개하며, 맨 마지막 멘트가 ‘그들의 이름은 공산당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위대한 민족이니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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