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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노사정 위원회에서 마련한 ‘합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새누리당은 근로기준법 등을 비롯한 노동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합의안’의 곳곳에 노사정 당사자들이 논의를 더 진행하여 추가적인 합의 사항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속히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는 다른 내용을 살펴볼 것도 없이 위 ‘합의안’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이다.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를 했다고 하는 외형만 갖추기를 원했을 뿐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진정한 합의는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었던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노사정이 어렵게 마련했다고 하는 ‘합의안’을 법률과 판례에 따라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 우리는 ‘합의안’ 중 행정 지침을 통해 규율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현행 법률과 판례의 취지에 반하고, 법률을 새로 개정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현재 상황에 비해 근로자의 지위를 현저히 불안케 하거나 근로조건을 심대하게 악화시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행정 지침을 통해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내용은 현행 법률과 판례 상 허용될 수 없는 조치이고, 법률을 개정하여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통상임금 범위를 확정하며 기간제 노동의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 노동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그 지위를 불안케 하는 것이다.

위 ‘합의안’은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 지위를 불안하게 하여 개별화, 파편화하는 반면, 사용자에 대해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안겨주어 비대화, 독재화하고 있다. 정규직은 사업장에서 쉽게 내쫓을 수 있게 하고 있고, 비정규직은 그 굴레에 갇혀 평생 비정규직이 되게 하고 있다. 청년 고용 문제의 진정한 원인인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와 원·하청 간의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해서는 추상적 조치만을 나열하고 있는데 반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악덕 채권자 같은 구체적 이행 의무들을 나열하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미약한데 반해, 노동기본권의 박탈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에 우리는 위 ‘합의안’의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그 ‘합의안’의 내용을 어떤 모양으로든 이행하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는 정부가 청년 고용 문제의 해결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 세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독이 든 사과’ 혹은 ‘독으로 범벅된 통조림’을 건넨 것이라는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노동자의 지위에 이처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함부로 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노동자의 반발을 불러 정권의 운명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홍보 공세와 그에 발맞춘 보수언론의 뒷받침으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거나 남의 일로 여기고 있지만 곧 현실 속에서 그 실체를 알게 될 것이다. 하던 말대로, 일부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국민을 지속적으로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조만간 노동 현장에 대혼란이 발생할 것을 법률가의 양심으로 심히 우려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가 후속조치를 강구할 경우 우리는 그 조치들의 부당성을 폭로하고 그 조치들을 무효화시키는 노력들을 해 나갈 것이다. 정부가 새로 만들겠다는 행정 지침에 대해서는 그것이 재판 규범이 될 수 없음을 법정에서 주장할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입법안에 대해서는 의견서를 통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한편 일반 시민 및 노동자들과 함께 거리에서 그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공장에서, 거리에서, 법정에서 단호하고도 지속적으로 위 ‘합의안’에 반대하는 행위를 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또한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고용 문제와 빈곤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책들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다 알듯이 재벌 개혁과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통한 대·중소 기업 간의 격차 해소에서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실노동시간 상한제로 좋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상시 지속업무 일자리 정규직 직접 고용, 사회공공성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이 평등해야 노동자가 평등해진다. 우리는 그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 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해 갈 것이다.

정권보다는 자본의 운명이 더 길지만 노동자의 삶의 여정은 자본보다 훨씬 더 길다. 이것이 노동자의 삶에 정권과 자본이 종속되어야 하는 단적인 이유이다. 우리는 법도 노동자의 삶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우리 법률가 일동은 노동자의 삶의 이름으로 새로운 개혁과 법을 선언하고 그 실현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2015. 9. 17.

노동법률단체{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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